반려견이나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하지만 동물을 키운다는 사실 자체보다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어떤 방식으로 교감하고 생활하는지가 스트레스와 더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진이 올해 6월 국제학술지 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반려견 보호자 1,923명과 반려묘 보호자 1,804명 등 총 3,727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 정서적 친밀감, 양육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 행동 문제, 질병 전파에 대한 우려 등이 보호자의 주관적 스트레스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전체적으로 반려견 보호자의 스트레스가 반려묘 보호자보다 약간 낮았지만 차이는 크지 않았다. 대신 스트레스와 연결되는 요인에서는 개와 고양이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반려견 보호자에서는 함께 산책하거나 놀고 접촉하는 등 사람과 동물 사이의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낮은 경향이 비교적 뚜렷했다. 반면 반려묘 보호자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과 스트레스 사이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반려동물과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는 것이 항상 낮은 스트레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개와 고양이 보호자 모두에서 높은 정서적 친밀감이 스트레스와 양의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결과만으로 반려동물과 가까운 관계가 스트레스를 높인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더 강한 정서적 의존이나 친밀감을 느꼈을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의 스트레스와 상대적으로 강한 연관성을 보인 것은 오히려 양육 과정에서 느끼는 비용 부담과 반려동물의 행동 문제였다. 짖음이나 공격성, 배변 문제 등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행동이 반복되거나 돌봄 부담이 커질 경우 보호자의 심리적 피로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는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단순히 애정을 많이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행동 문제와 생활환경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해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됐다. 개와 고양이 보호자 188명을 대상으로 하루 최대 10차례씩 생활 속 감정과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을 기록하게 한 결과, 반려동물과 교감한 순간에는 긍정적인 감정이 높고 부정적인 감정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이 외부 스트레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차단해주는 명확한 완충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자동으로 줄어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산책과 놀이, 휴식, 적절한 접촉처럼 각 동물의 특성에 맞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유지하고 행동 문제나 돌봄 부담이 커지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가정에서는 두 동물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수준의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휴식 공간과 먹이, 화장실, 놀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한쪽이 접촉을 피하거나 숨는 행동이 늘어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건강한 관계는 단순한 애착의 크기보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생활하는 데서 시작된다. 함께 있는 시간의 길이보다 그 시간이 얼마나 편안하고 긍정적인지가 반려동물과 사람 모두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