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앞으로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관상동맥 석회화 점수가 추가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위험도가 매우 낮거나 이미 치료 방향이 명확한 사람까지 일률적으로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JAMA에 8월 26일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45~79세 성인 6098명을 분석했다.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61.4세였으며 절반가량인 49%에서 관상동맥 석회화 점수가 0보다 높게 확인됐다. 약 10년 동안 추적한 결과 366명, 전체의 6%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을 포함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발생했다.
관상동맥 석회화 검사, 이른바 CAC 검사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CT를 통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벽에 쌓인 석회화된 죽상경화반의 양을 수치화하는 검사다. 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관상동맥에 죽상경화가 축적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차이가 컸던 대상은 기존 위험도 계산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경계 수준으로 평가된 사람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CAC 점수가 0인 사람의 실제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1.9%였지만 점수가 0 초과 100 미만이면 3.9%, 100 이상 300 미만에서는 7.4%로 높아졌다. CAC가 300 이상인 경우에는 14.3%까지 상승했다. 같은 경계 위험군으로 분류됐더라도 혈관에 실제로 축적된 석회화 정도에 따라 향후 위험이 크게 달랐던 셈이다.
연구진은 기존 PREVENT 심혈관 위험 계산식에 CAC 점수를 추가했을 때 전체 대상자의 예측 성능은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경계 또는 중간 수준인 사람에서는 위험도를 다시 구분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용성이 컸다. 따라서 CAC 검사를 일반 성인 모두에게 시행하기보다는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애매한 사람에게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 적절하다는 해석이다.
올해 개정된 미국 심혈관 학회 지침 역시 비슷한 방향을 제시한다. 남성 40세 이상, 여성 45세 이상 가운데 향후 10년 심혈관질환 위험이 경계 또는 중간 수준이고 스타틴 치료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CAC 검사를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CAC가 확인되면 콜레스테롤 관리 강도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CAC 검사가 심장 건강검진을 대신하는 검사는 아니다. 흉통이나 호흡곤란처럼 이미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다른 검사가 우선될 수 있다. 이미 심근경색이나 관상동맥 스텐트, 우회수술 등의 병력이 있는 사람도 CAC 검사로 위험 여부를 다시 확인할 대상은 아니다. 검사 과정에는 소량의 방사선 노출도 발생한다. 미국심장협회는 심혈관 위험이 매우 낮거나 치료 방침이 이미 결정된 사람에게는 검사의 추가 이득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단순히 콜레스테롤 수치 하나로 판단하기보다 나이와 혈압, 당뇨병, 흡연 여부 등 기존 위험요인에 실제 혈관 상태를 더해 개인별 위험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예방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연구 대상이 미국 성인이기 때문에 결과를 국내 모든 성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관상동맥 석회화 검사가 필요한지는 연령과 가족력,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병 여부, 기존 심혈관 위험도를 종합해 의료진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