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가 몇 달 뒤의 건강뿐 아니라 바로 그날 밤 수면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한 날에는 깊은 수면과 렘수면 비율이 높아지고, 잠자는 동안의 평균 심박수는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Nature Health에 8월 19일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일상생활 중 수집된 4,793인야의 실시간 식사 기록과 웨어러블 기기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했다. 실험실에서 식단을 강제로 통제한 연구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식습관과 그날 밤 수면 구조의 관계를 살펴봤다는 점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하루 식사에서 식이섬유의 비중이 높은 경우 깊은 수면은 0.59%포인트, 렘수면은 0.7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얕은 수면은 1.35%포인트 감소했고 잠자는 동안 평균 심박수도 분당 1.14회 낮았다. 수치 자체는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수면 단계가 밤새 반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상적인 식사의 차이가 같은 날 수면 생리와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정 식품 하나를 많이 먹는 것보다 식물성 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식습관도 주목됐다. 연구진은 하루 동안 섭취한 서로 다른 식물성 식품의 종류가 많고 가공도가 낮은 식물성 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야간 심박수가 낮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등 여러 식품을 식단에 고르게 포함하는 방식이 수면과 관련된 생활습관 관리에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늦은 시간에 많이 먹으면 잠을 더 오래 잘 수 있다는 식의 단순한 해석은 주의해야 한다. 연구에서 취침 전 6시간 동안 하루 총 섭취 열량의 비중이 높았던 날에는 전체 수면 시간이 평균 7.7분 길었지만 야간 평균 심박수는 분당 0.73회 높아졌다. 수면 시간이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몸이 더 편안하게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하루 동안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조금 달라지거나 개별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량이 변하는 것과 수면 사이에서는 통계적 보정을 거친 뒤 일관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도 특정 영양소 하나를 집중적으로 섭취하기보다 식이섬유가 충분한 식사와 다양한 식물성 식품, 적절한 식사 시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실생활에서는 저녁 한 끼를 갑자기 바꾸기보다 흰쌀이나 정제된 면류 위주의 식사에 채소와 콩류, 잡곡을 보완하고 간식도 과자나 단 음료 대신 과일이나 견과류 등으로 일부 대체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늦은 밤 많은 양의 음식을 몰아서 먹는 습관 역시 수면 시간뿐 아니라 자는 동안의 신체 회복 상태를 고려해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는 관찰 자료를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한 연구이기 때문에 식이섬유를 늘리는 것만으로 불면증이나 수면장애가 개선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강한 식사가 체중과 혈당 관리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불과 몇 시간 뒤 나타나는 수면 구조와도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충분히 자는데도 개운하지 않다면 취침 시간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낮 동안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