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이나 교통사고, 화상처럼 갑작스러운 사고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적지 않다. 이렇게 손상을 입고 병원 문턱을 넘는 환자들의 정확한 규모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협력이 본격화한다. 질병관리청은 27일 국립중앙의료원과 손상·응급의료 데이터의 연계·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자료 공유다. 질병관리청이 매년 조사해 축적해온 국가손상조사자료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하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 이른바 NEDIS 자료를 서로 공유하고 이를 연계·활용하기로 한 것이 골자다. 두 기관은 그동안 각자 운영해온 자료를 하나로 묶어 손상과 응급의료 실태를 보다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협약에 따라 두 기관은 국가손상종합통계와 국가종합응급의료통계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와 협력도 추진한다. 지금까지 손상 통계와 응급의료 통계가 각각 따로 산출되면서 손상 발생부터 응급실 진료, 이후 경과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하나의 자료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취지다.
손상은 낙상이나 추락, 교통사고, 화상, 중독, 익수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신체에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상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질병관리청은 국가손상조사자료를 통해 손상의 발생 원인과 빈도, 대상 연령층 등을 매년 조사해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해왔다.

손상으로 응급실 찾는 환자 매년 이어져 [그림=메디닉스DB]
국가응급진료정보망, 즉 NEDIS는 전국 응급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내원부터 진료 결과까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시스템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이 관리하고 있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어떤 이유로 왔고 어떤 처치를 받았는지 등의 정보가 이 시스템에 축적된다.
두 자료가 서로 연결되면 손상을 입고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이후 어떤 진료 과정을 거쳤는지까지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손상 발생 시점의 정보와 응급실 진료 정보가 단절돼 있었던 탓에 놓치기 쉬웠던 세부 흐름을 하나의 통계로 그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통합 통계는 손상 예방 정책과 응급의료 자원 배치를 위한 근거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연령대에서 반복되는 낙상 사고나 계절에 따라 늘어나는 화상, 중독 사고의 패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면 이에 맞춘 예방 캠페인이나 응급의료 인력 배치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통합 통계로 맞춤형 예방정책 마련 기대 [그림=메디닉스DB]
질병관리청과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자료 공유 체계와 공동 연구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손상과 응급의료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자료를 다루던 두 기관이 손을 잡은 만큼 향후 통계의 정확도와 활용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상 통계와 응급의료 통계가 정교해지면 그 혜택은 결국 국민 안전으로 돌아온다. 어느 지역, 어느 연령층에서 어떤 유형의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지방자치단체나 보건당국이 맞춤형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손상 예방을 위한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계단과 욕실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이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가전제품이나 뜨거운 물건에 손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식이 흐려지거나 통증이 심하면 지체 없이 가까운 응급실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