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실신은 비교적 흔한 증상이지만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오래 서 있거나 긴장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부터 부정맥이나 심장질환처럼 신속한 평가가 필요한 경우까지 범위가 넓어 발생 당시 상황과 동반 증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은 지난 8월 5일 실신의 진단과 치료를 정리한 최신 임상 리뷰를 발표했다. 리뷰에 따르면 실신은 뇌로 공급되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짧은 시간 의식을 잃었다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상태다. 크게 반사성 실신,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 심장성 실신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원인에 따라 위험성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는 미주신경성 실신을 포함한 반사성 실신이다. 더운 장소에 오래 서 있거나 통증, 긴장, 채혈처럼 특정 자극을 받은 뒤 발생하기 쉽다. 쓰러지기 전 식은땀이나 메스꺼움, 어지럼증, 시야가 좁아지거나 눈앞이 흐려지는 전조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누운 자세를 취하면 뇌혈류가 회복되면서 비교적 빠르게 의식을 되찾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앉았다 일어난 직후 어지럽다가 쓰러진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탈수나 혈압약을 비롯한 일부 약물, 자율신경 기능 이상 등이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고령층에서 흔하다. 유럽심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기립성 저혈압은 전체 실신 원인의 약 20~30%를 차지하며, 고령자에서는 의식을 잃었다는 기억 없이 단순히 넘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더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심장성 실신이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또는 느리게 뛰는 부정맥이나 심장 구조 이상으로 순간적으로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면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달리기나 등산 같은 운동 도중 갑자기 쓰러졌거나 별다른 전조증상 없이 의식을 잃은 경우, 직전 심한 두근거림이 있었던 경우에는 심장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젊고 평소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이 오래 서 있다가 메스꺼움이나 식은땀을 느낀 뒤 쓰러지는 경우에는 심각한 심장성 실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60세 이상이거나 기존 심장질환과 부정맥 병력이 있는 경우, 누워 있는 상태에서 실신한 경우, 가족 중 젊은 나이에 돌연사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위험도를 더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미국심장협회 역시 운동 중 실신과 심계항진 동반, 조기 돌연사 가족력 등을 중요한 경고 신호로 제시한다.
실신으로 진료를 받을 때는 무조건 많은 검사를 시행하기보다 쓰러지기 전후의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서 있었는지, 운동 중이었는지, 가슴통증이나 두근거림이 있었는지, 의식을 잃은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등을 의료진에게 설명해야 한다. 초기 평가에서는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혈압과 맥박 측정, 심전도 등이 중요한 기본 검사로 활용된다.
실신은 한 번 쓰러졌다가 곧바로 깨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원인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운동 중 발생했거나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쓰러진 경우, 가슴통증이나 심한 두근거림이 동반된 경우, 반복적으로 실신하는 경우라면 단순 피로나 빈혈로 판단하지 말고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