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에 포함된 초미세먼지가 편두통이나 원발성 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소 편두통을 앓는 사람이라면 산불이나 대규모 연기 유입으로 대기질이 나빠지는 날 두통 변화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보건당국과 연구기관 연구진은 앨버타주와 온타리오주에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산불 발생 기간에 편두통 또는 다른 원발성 두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됐으며 최근 JAMA가 다시 주요 연구로 소개했다. 분석에 포함된 응급실 방문은 99만7701건으로, 이 가운데 86.2%가 편두통 환자였다.
연구진은 특히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 PM2.5 가운데 산불에서 발생한 입자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산불 유래 PM2.5 농도가 5㎍/㎥ 증가할 때 편두통과 다른 원발성 두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비율이 약 6.07% 증가하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앨버타에서는 6.45%, 온타리오에서는 5.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날의 PM2.5에서는 같은 정도의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산불일 PM2.5 농도가 5㎍/㎥ 증가했을 때 두통 관련 응급실 방문 증가율은 0.21%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산불 연기가 일반 대기오염과 다른 구성 성분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편두통은 단순히 머리가 아픈 증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흔히 한쪽 머리가 맥박 뛰듯 아프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고, 빛과 소리에 예민해지거나 메스꺼움과 구토가 동반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두통에 앞서 시야에 번쩍이는 빛이 보이거나 감각 이상과 같은 전조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한 차례 발작이 수 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산불 연기가 편두통을 어떤 기전으로 악화시키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미세 입자와 연기 속 여러 성분이 염증이나 신경계 반응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만으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산불이 발생하는 시기의 기온이나 습도, 스트레스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평소 편두통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두통이 발생한 날의 수면, 식사, 스트레스뿐 아니라 대기질이나 연기 노출 여부까지 기록해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산불 연기가 심한 날에는 불필요한 야외활동을 줄이고 실내로 연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연구진 역시 실내 공기여과와 마스크 착용 등 연기 노출을 줄이는 방법의 효과를 향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두통을 편두통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평소와 전혀 다른 양상의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팔다리 마비와 감각 이상,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시야 장애, 의식 저하, 발열과 목 경직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뇌혈관질환이나 다른 응급질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진통제를 복용하며 기다리기보다 신속하게 의료기관에서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편두통 관리에서 약물이나 수면, 식습관뿐 아니라 환경 노출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과 연기 노출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두통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대기질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증상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