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나 점심시간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작은 습관이 심혈관 건강과 장기적인 사망 위험에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별도의 운동기구나 운동시설 없이 일상에서 반복할 수 있는 계단 오르기가 신체활동을 늘리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연구진은 계단 오르기와 심혈관질환 위험의 관계를 조사한 기존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결과를 지난 8월 13일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Cardiovascular Drugs에 발표했다. 분석에는 총 9개 연구, 48만479명이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35세부터 84세까지였으며 연구진은 계단 이용 여부와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의 관계를 분석했다.
사망 자료를 제공한 5개 연구의 45만5619명을 통합 분석한 결과,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상대위험이 3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원인에 따른 사망 역시 24% 낮은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에서는 심근경색과 허혈성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발생에서도 계단 이용과 유리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계단 오르기의 특징은 짧은 시간에도 평지를 걷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강도의 신체활동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체중을 위쪽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동원되고 심박수와 호흡량도 빠르게 증가한다. 따로 헬스장을 찾기 어려운 직장인이라도 회사나 지하철역, 아파트 등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렇다고 하루에 몇 층을 오르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부 포함 연구에서는 하루 약 6개 층 정도의 계단 이용에서 비교적 큰 건강상 이점이 관찰됐지만, 연구진은 최적의 계단 오르기 횟수와 강도를 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단계에서는 특정 층수를 목표로 하기보다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자신의 체력 범위 안에서 일상적인 움직임을 늘리는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번 결과를 계단만 오르면 심혈관 사망 위험이 정확히 39% 감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포함된 연구 대부분이 관찰연구여서 계단 이용 자체가 위험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평소 계단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 원래 신체활동이 많거나 다른 건강한 생활습관을 함께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생활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방식이 중요하다. 평소 운동량이 거의 없다면 처음부터 여러 층을 빠르게 오르기보다 한두 층부터 천천히 시작하고 적응하면서 횟수를 늘리는 편이 좋다. 계단을 오를 때 가슴 통증이나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운동을 지속하지 말아야 한다. 무릎이나 고관절 질환, 보행장애가 있는 사람 역시 계단 운동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운동을 반드시 별도의 시간과 장소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루 중 몇 번이라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 등 짧은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 역시 신체활동을 늘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장시간 앉아 생활하는 현대인에게는 거창한 운동계획보다 매일 반복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건강관리의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