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잠든 사이 드르렁 소리를 내며 코를 고는 모습은 흔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습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소리가 유난히 크고 잦으며 낮에도 숨소리가 거칠다면, 단순한 잠버릇이 아니라 특정 품종에서 잘 나타나는 호흡기 구조 이상, 이른바 단두종 기도폐쇄증후군의 신호일 수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두종 기도폐쇄증후군은 코가 짧고 얼굴이 납작한 품종에서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퍼그, 프렌치불도그, 불도그, 시추, 페키니즈, 보스턴테리어처럼 얼굴이 둥글고 코가 눌린 듯 짧은 견종이 여기에 해당하며, 귀엽게 보이는 얼굴 생김새가 실제로는 호흡기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구조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 증후군은 여러 해부학적 이상이 함께 겹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콧구멍이 좁아져 있는 협착, 입천장 뒤쪽 연구개가 지나치게 길어져 기도 입구를 덮는 문제, 기관 자체가 태어날 때부터 좁은 경우, 후두 주머니가 뒤집혀 기도를 막는 후두낭 외번 등이 대표적이며, 이런 요소가 겹치면서 공기가 지나는 통로가 점점 좁아진다.
가장 흔히 관찰되는 증상은 코골이와 함께 숨을 쉴 때 나는 쌕쌕거리거나 그르렁거리는 소리다. 평소에도 헐떡임이 잦고 조금만 뛰거나 흥분해도 금세 숨이 가빠지며, 더운 날씨나 습한 환경에서 유독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한 체력 문제가 아니라 기도 구조 이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잇몸이나 혀 색깔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거나,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러지듯 실신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런 모습은 기도가 상당히 좁아져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이며,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한 호흡곤란은 응급 상황일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특히 자는 동안 숨을 쉬다 잠깐씩 멈추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눈여겨봐야 한다. 사람의 수면무호흡증과 비슷하게 좁아진 기도 때문에 호흡이 일시적으로 막히는 것으로, 이런 상태가 반복될수록 몸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전반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도가 좁아 숨쉬기가 힘들면 음식을 삼키는 과정에도 부담이 생겨, 밥을 먹다가 자주 캑캑거리거나 게워내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식욕이 떨어지고 체력이 저하되면서 전반적인 활력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함께 살펴봐야 한다.
비만은 단두종 기도폐쇄증후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목과 목구멍 주변에 지방이 쌓이면 이미 좁아진 기도가 더욱 압박을 받게 되므로, 사료량과 간식 섭취를 적절히 조절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증상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적정 체중 유지가 증상 관리에 중요 [그림=메디닉스DB]
여름철처럼 고온다습한 환경은 이 질환을 가진 반려견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다. 개는 사람처럼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기 어렵고 주로 헐떡임을 통해 열을 발산하는데, 기도가 좁으면 이 과정 자체가 힘들어 열사병 위험까지 겹쳐 부담이 두 배로 커질 수 있다.
산책이나 외출 시에는 목을 조이는 일반 목줄보다 가슴 부위로 힘을 분산해주는 하네스를 사용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목 부위에 압박이 가해지면 안 그래도 좁은 기도가 더 눌려 호흡이 한층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필요한 경우 좁아진 콧구멍을 넓히거나 늘어난 연구개 일부를 절제하는 등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반려견 상태에 맞는 관리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생활에서는 무리한 운동이나 지나친 흥분을 피하고, 더운 시간대를 피해 서늘할 때 산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려견의 코골이가 갑자기 심해지거나 숨쉬기 힘들어하는 모습, 잇몸 색이 변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