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나 무릎 피부가 유독 거칠어지고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면 단순히 건조해서 그런 것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각질이 은백색으로 두껍게 겹쳐 쌓이고 그 아래 피부가 붉게 도드라져 있다면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인 건선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건선은 보습제만으로는 잘 낫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반복되거나 넓게 번질 수 있어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건선은 피부 세포가 정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쌓이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정상 피부는 새 세포가 만들어져 각질로 떨어져 나가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리지만 건선 환자의 피부에서는 이 과정이 며칠 만에 반복돼 미처 떨어지지 못한 각질층이 두껍게 쌓인다. 여기에 면역체계 이상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자가면역질환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본다.
건선의 대표적인 특징은 은백색 또는 회백색 각질이 겹겹이 앉아 있고 그 경계가 주변 정상 피부와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각질을 억지로 긁어내면 그 밑으로 작은 출혈점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단순 건조증에서 보이는 미세한 각질 들뜸이나 잔주름과는 달리 병변이 두툼하게 도드라져 만져지는 것도 구별 포인트가 된다.
호발 부위도 단순 건조와 다르다. 건선은 팔꿈치, 무릎, 엉덩이 갈라진 부위, 두피처럼 자극이나 마찰이 잦은 부위에 잘 생기고 손발톱이 두꺼워지거나 표면이 움푹 파이는 변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전신이 고르게 건조해지는 일반적인 피부 건조증과 달리 특정 부위에 좌우 대칭으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각질과 붉은 반점의 경계가 뚜렷한 것이 특징 [그림=메디닉스DB]
계절과의 관계도 차이가 있다. 단순 건조증은 대개 습도가 낮은 겨울철에 심해지고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면 눈에 띄게 좋아진다. 반면 건선은 계절과 무관하게 스트레스나 피부 자극, 감염 등을 계기로 갑자기 악화되곤 하며 보습만으로는 은백색 각질과 붉은 병변이 잘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질환임을 알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특정 환경 요인이 더해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피부에 생긴 상처나 마찰, 일부 약물, 흡연과 음주 등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이런 요인 관리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건선은 피부에만 국한된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일부 환자에서는 관절이 붓고 아픈 건선성 관절염이 동반될 수 있으며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질환 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피부과 전문의가 병변의 모양과 분포, 진행 양상을 살펴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피부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할 때는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인터넷 정보만 보고 습진이나 아토피, 단순 무좀 등으로 자가 진단해 시중 연고를 임의로 바르다가 병변이 악화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 지속되면 피부과 진료로 정확한 진단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치료는 증상의 범위와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병변이 넓지 않으면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비타민D 유도체 연고를 사용하고 범위가 넓거나 관절 증상이 동반되면 광선치료, 경구약물, 생물학적제제 등을 단계적으로 고려한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다른 사람의 처방약을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일상에서는 피부를 자극하는 마찰이나 상처를 피하고 목욕 후에는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피부 장벽을 보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오래 씻거나 때를 미는 습관은 병변을 자극할 수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관리와 금연, 절주도 증상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질이 반복적으로 두껍게 쌓이고 붉은 반점이 몇 주 이상 가라앉지 않거나 관절통이 동반된다면 자가 관리에만 의존하지 말고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조기에 진단받아 꾸준히 관리하면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 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