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돌아오면 작년에 쓰다 남은 자외선차단제를 그대로 꺼내 바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자외선차단제에도 화장품 유통기한과 별도로 개봉 후 사용기한이 있어, 오래 보관한 제품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다. 피부 건강을 위해 매년 여름 자외선차단제의 보관 기간을 점검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외선차단제 용기에는 제조일자와 사용기한이 표기돼 있으며, 개봉 후 사용 가능 기간을 뜻하는 피에이오(PAO) 표시가 별도로 붙어 있는 제품도 많다. 이는 뚜껑을 연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용물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통상 개봉 후 6개월에서 12개월 이내 사용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의 사용기한을 확인하고 이를 지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을 흡수하는 유기자차 성분이나 자외선을 반사하는 무기자차 성분으로 자외선 차단 효과를 낸다. 그러나 이러한 성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 중 산소나 빛에 노출돼 서서히 산화되거나 분해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본래의 차단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특히 개봉 후 공기와 자주 접촉하는 제품일수록 성분 변질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보관 환경도 자외선차단제의 수명에 큰 영향을 준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자동차 안이나 햇볕이 드는 창가에 자외선차단제를 방치하면 실온 보관보다 성분 변질이 훨씬 빨리 진행될 수 있다. 해변이나 야외 활동 중 가방 속에 넣어 뜨거운 햇볕에 노출시키는 경우도 흔한데, 이런 환경에서는 유통기한 이내라도 제품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온다습한 곳에 두면 변질 속도가 빨라진다 [그림=메디닉스DB]
오래 보관한 자외선차단제를 다시 사용하기 전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내용물이 분리되거나 덩어리가 생기고, 색이 누렇게 변하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다면 변질을 의심할 수 있다. 발림성이 거칠어지거나 피부에 닿았을 때 이물감이나 따가움이 느껴지는 경우에도 사용을 중단하고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자외선차단제를 계속 바르면 자외선 차단지수(SPF)나 차단 등급이 표기된 수치만큼 실제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돼 일광화상이나 색소침착이 생기기 쉽고, 장기적으로는 피부 노화와 광손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등 전문가들은 자외선차단제를 제 성능대로 쓰려면 사용기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자외선차단제를 새로 구매할 때는 용기나 포장에 적힌 제조일자와 사용기한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특히 지난해 사고 남은 제품을 그대로 창고나 서랍에 보관해 두었다가 다시 꺼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개봉 흔적이 있는 제품이라면 남은 기간보다 개봉 후 경과 시간을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튜브나 펌프형 용기라면 겉면에 적힌 표기를 잊지 않도록 구매 시점을 따로 메모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구매 전 제조일자와 사용기한을 확인해야 [그림=메디닉스DB]
자외선차단제를 오래 안정적으로 쓰려면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하고 건조한 실내에서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뚜껑을 사용할 때마다 완전히 닫아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물기가 있는 손으로 용기를 만지지 않는 것도 변질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철 차 안이나 가방 속처럼 온도가 크게 오르내리는 곳에 장시간 보관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매년 여름이 시작될 때 자외선차단제를 새로 구매하고, 사용하다 남은 제품은 다음 해까지 이어 쓰기보다 그 계절 안에 소진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조언도 있다. 제품 용기에 개봉한 날짜를 유성펜이나 스티커로 적어 두면 사용기한을 계산하기 쉬워진다. 가족 구성원별로 여러 제품을 함께 쓰는 가정이라면 각 용기의 개봉일과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뒤에도 피부가 유난히 붉어지거나 따갑고 가려운 증상이 지속된다면 제품 변질이나 성분 자극을 의심하고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화상에 가까운 증상이나 물집, 심한 발적이 나타나면 자가 처치에 의존하기보다 피부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자외선차단제는 유통기한과 보관 상태까지 함께 챙겨야 본래의 효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