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장거리 버스나 승용차,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치핵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치핵은 항문 주변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자세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휴가철에는 좁은 좌석에서 몇 시간씩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치핵은 항문과 직장 주변에 위치한 정맥총이 압력을 받아 늘어나면서 덩어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흔히 치질이라고 부르며, 성인 상당수가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하는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위치에 따라 항문 안쪽에 생기는 내치핵과 바깥쪽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뉘며, 증상과 관리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하체와 골반 부위의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고 항문 주변 정맥에 정체되기 쉽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정맥벽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늘어나면서 치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딱딱한 좌석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항문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이 더욱 커진다.
여름 휴가철에는 이러한 위험이 한층 커진다. 장거리 이동으로 몇 시간씩 앉은 자세를 유지하는 데다, 더위 탓에 수분 섭취는 줄고 땀 배출은 늘어나 변이 딱딱해지기 쉽다. 딱딱한 변을 볼 때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게 되면 항문 정맥에 순간적으로 큰 압력이 가해져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정체 도로에서 오래 앉아 있는 여름 휴가 풍경 [그림=메디닉스DB]
이동 중 화장실을 참는 습관도 문제로 지적된다. 휴게소나 공항 화장실 이용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변의를 자주 참으면 변이 장 안에 오래 머무르며 더욱 굳어지고, 배변 시 부담이 커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이미 있던 치핵 증상이 심해지거나 없던 증상이 새로 나타날 수 있다.
치핵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거나 변기 물이 붉게 물드는 출혈, 항문 주변이 가렵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배변 시 무언가 만져지거나 돌출되는 느낌 등이 있다. 통증은 외치핵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커지기도 한다.
휴가철뿐 아니라 사무직처럼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근무하는 직장인도 치핵 위험군에 속한다.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는 운전직 종사자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이라면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항문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을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증상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려면 1시간에 한 번 정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장거리 이동 중에도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돕고, 좌석에서는 엉덩이를 들썩이거나 자세를 자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항문 부위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로 좌욕 준비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는 것도 항문 주변 혈액순환을 돕고 통증과 가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루 한두 차례, 5분에서 10분 정도 미지근한 물에 항문 부위를 담그면 근육 긴장이 풀리고 혈류가 원활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뜨거운 물은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어 온도 조절에 주의해야 한다.
식이섬유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변을 무르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관리법이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위주로 식사하고 하루 물 섭취량을 늘리면 배변 시 힘을 덜 주게 되어 항문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자극적인 음식이나 음주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휴가철에도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변 후 출혈이 반복되거나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라면 자가 관리에만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출혈량이 많거나 변 색깔이 검게 변하는 경우,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에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할 수 있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