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보관해둔 런천미트나 슬라이스 햄을 별다른 조리 없이 그대로 꺼내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냉장 가공육 제품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돼 대규모 리콜이 이뤄지면서, 냉장 보관 육가공품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리스테리아균은 냉장 온도인 섭씨 4도 안팎에서도 서서히 증식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세균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식중독균과 달리 저온에서도 생존과 증식이 가능해 냉장 보관만으로는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리스테리아 감염이 발열, 근육통, 오한과 함께 두통이나 목 경직 등 신경계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건강한 성인은 가벼운 소화기 증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고위험군에서는 증상이 훨씬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임산부는 일반인보다 리스테리아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중 감염되면 유산이나 조산, 사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신생아에게 패혈증이나 수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임산부는 리스테리아 감염에 특히 취약해 주의가 필요 [그림=메디닉스DB]
고령자와 신생아, 항암치료나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역시 고위험군에 속한다. 이들은 감염 시 균이 혈류나 중추신경계까지 침투해 패혈증이나 수막염 등 중증 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번 리콜은 냉장 보관 방식으로 유통되는 런천미트류 제품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제품군은 별도 가열 조리 없이 바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만약 세균에 오염됐다면 조리 과정에서의 살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 식품 관련 당국은 소비자들에게 해당 시기에 구매한 냉장 가공육 제품의 포장을 확인하고, 리콜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섭취하지 말고 즉시 폐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미 섭취한 경우라도 증상이 없다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도 함께 나온다.

가열 조리가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될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국내에서도 수입 냉장육가공품을 소비하는 가정이 늘면서 이번 사례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 리콜 정보를 국내 유통 여부와 함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시 국내 유통 채널에 대한 확인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냉장 가공육을 구매한 즉시 냉장고에 넣고, 개봉 후에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유통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포장이 부풀어 있거나 냄새가 이상하다면 섭취를 삼가야 한다.
런천미트를 비롯한 슬라이스 가공육은 그대로 먹기보다 프라이팬이나 전자레인지로 한 번 더 가열해 섭취하는 것이 리스테리아균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임산부와 고령자, 면역저하자는 조리하지 않은 냉장 가공육 섭취를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열이나 근육통, 두통 등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최근 섭취한 식품 이력을 함께 정리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증상이 가볍더라도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