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잠자리가 불편했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 원인은 매일 베고 자는 베개의 높이에 있을 수 있다. 매트리스나 이불에 비해 베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선택되는 수면용품인데, 베개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아침의 컨디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베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누웠을 때 목뼈, 즉 경추가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도록 받쳐주는 것이다. 사람의 목은 완전히 곧은 형태가 아니라 완만하게 앞으로 굽은 곡선을 이루고 있는데, 서 있을 때와 누웠을 때 모두 이 곡선이 무너지지 않아야 목과 어깨 근육이 편안하게 이완될 수 있다. 베개가 이 곡선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자는 동안에도 근육이 긴장한 상태로 있게 된다.
베개가 지나치게 높으면 누운 상태에서 목이 앞으로 꺾이면서 경추 곡선이 과도하게 구부러지게 된다. 이런 자세가 밤새 이어지면 목 뒤쪽과 어깨 근육이 계속 긴장한 채로 있어야 하고, 아침에 목을 좌우로 돌리기 힘들거나 어깨가 결리는 증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턱이 가슴 쪽으로 눌리는 자세는 기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베개가 너무 낮거나 아예 베지 않고 자는 경우에는 목이 뒤로 젖혀지면서 경추 곡선이 펴지는 방향으로 무리가 간다. 이 상태에서는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가 심해지거나 자다가 자주 깨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며, 목 근육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목뿐 아니라 어깨까지 뻣뻣해지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다.

베개가 낮으면 목이 뒤로 젖혀져 통증 유발 [그림=메디닉스DB]
적정한 베개 높이는 수면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울 때는 목뼈가 침대와 거의 평행을 이루면서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할 정도의 낮은 높이가 적당하다. 옆으로 누워 잘 때는 어깨너비만큼 머리와 목이 매트리스에서 떨어져 있으므로 그 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더 높은 베개가 필요하다.
엎드려 자는 습관이 있는 경우에는 목이 한쪽으로 오랜 시간 돌아간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목과 어깨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이런 자세에서는 되도록 낮고 부드러운 베개를 선택해 목이 지나치게 꺾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가능하면 옆으로 눕는 자세로 바꿔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같은 높이의 베개라도 체형에 따라 느껴지는 편안함은 다를 수 있다. 어깨가 넓거나 몸집이 큰 사람은 옆으로 누웠을 때 어깨와 매트리스 사이 공간이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베개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어깨가 좁은 사람이나 어린이는 낮은 베개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체형이 다른 부부나 가족이 같은 베개를 함께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베개 소재도 목과 어깨 건강에 영향을 준다. 메모리폼 소재는 머리와 목의 형태에 맞춰 서서히 눌리는 특성이 있어 경추를 받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라텍스나 메밀껍질 소재는 통기성이 좋으면서도 일정한 높이를 유지해주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나치게 푹 꺼지는 솜이나 오래되어 탄력이 사라진 베개는 목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베개 소재에 따라 목 받침 정도가 달라져 [그림=메디닉스DB]
맞지 않는 베개를 오래 사용하면 단순히 하룻밤의 불편함을 넘어 만성적인 목과 어깨 통증,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목이 뻐근하거나 손이 저리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베개 높이가 자신의 체형과 수면 자세에 맞지 않는지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는 느낌 역시 베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베개를 새로 구입할 때는 매장에서 실제로 누워보며 목과 어깨의 편안함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중에는 속통을 빼거나 채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도 나와 있어 자신에게 맞는 높이를 찾을 때까지 여러 번 조정해볼 수 있다. 한 가지 소재나 높이만 고집하지 말고 자신의 수면 자세와 체형에 맞춰 시험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베개를 바꿔도 목과 어깨 통증이 나아지지 않거나 팔이나 손끝까지 저림, 힘이 빠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베개 문제가 아닐 수 있으므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베개 높이를 자신의 수면 자세에 맞게 조정하고, 사용한 지 오래되어 탄력이 떨어진 베개는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습관이 목과 어깨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