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신부전이나 심부전을 앓으며 이식 순번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장기 부족은 여전히 큰 벽이다. 이런 가운데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 연구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연구진은 관련 임상연구를 확대하며 실제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지만 기증되는 장기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뇌사자나 생체 기증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사람이 아닌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는 방안이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다.
이종장기이식은 동물의 장기나 조직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과거에는 침팬지 등 영장류의 장기가 시도됐지만 감염 위험과 윤리적 문제, 개체 수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최근에는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하고 번식이 용이한 돼지가 주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돼지 장기를 그대로 이식하면 인체 면역계가 즉시 거부반응을 일으켜 이식편이 파괴되는 초급성 거부반응이 나타난다. 이를 막기 위해 연구진은 유전자가위 기술로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사람의 면역 조절 유전자를 삽입한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유전자 교정 통해 거부반응 낮추는 연구 진행 [그림=메디닉스DB]
해외에서는 말기 심부전이나 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교정 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이식하는 임상연구가 제한적으로 이뤄진 바 있다. 일부 환자는 이식 후 상당 기간 장기가 기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염 등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례도 보고돼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병원이 형질전환 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연구진은 축적된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당국과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협의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장기이식의 가장 큰 과제는 여전히 면역 거부반응이다. 초급성 거부반응을 넘더라도 급성이나 만성 거부반응이 뒤이어 나타날 수 있어 강도 높은 면역억제제 투여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이나 부작용 관리도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돼지에 내재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로 관련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낮추고 있지만 장기 이식 후 수년에 걸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임상연구 대상자 선정과 동의 절차도 엄격하게 운영된다.

장기 추적 관찰과 안전성 확인이 중요한 과정 [그림=메디닉스DB]
전문가들은 이종장기이식이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해소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당장 대중적으로 상용화되기는 이르다고 선을 긋는다. 안전성과 장기 생존율에 대한 근거가 더 쌓여야 하며 관련 제도와 가이드라인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식 대기 중 위중한 상태에 놓인 환자에게 사람 장기가 확보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브리지 치료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 역시 충분한 임상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실제 진료 현장에 도입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뒤따른다.
환자와 가족은 이종장기이식 관련 소식에 지나친 기대를 갖기보다 현재 시행 중인 장기기증 등록과 이식 대기자 등록 절차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련 임상연구 참여를 고려한다면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 안전성과 절차를 확인한 뒤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