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두피가 유독 가렵고 각질이 자주 일어난다면 단순히 비듬 때문이라고 여기고 넘어가기 쉽다. 그러나 두피가 붉어지면서 기름진 노란색 각질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가려움까지 동반된다면 지루성피부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지루성피부염은 비듬과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비슷해 혼동되기 쉽지만 발생 원인과 관리 방법이 전혀 다른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비듬은 두피 각질층이 자연스럽게 벗겨지는 생리 현상으로 대개 하얗고 마른 형태의 미세한 각질이 옷깃이나 어깨에 떨어지는 정도에 그친다. 반면 지루성피부염은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를 중심으로 붉은 반점과 기름지고 두꺼운 노란빛 각질이 함께 나타나며 가려움증이 뚜렷하게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눈썹이나 콧방울, 귀 뒤쪽처럼 피지선이 발달한 부위에도 비슷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비듬과 구분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지루성피부염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피부에 정상적으로 상재하는 말라세지아라는 진균이 피지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자극 물질을 만들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과도한 피지 분비, 피부 장벽 기능 저하,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유전적 소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에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서 피지 분비가 늘고 땀과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도 잦아져 두피 환경이 지루성피부염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으로 바뀐다. 땀에 젖은 두피를 제때 씻어내지 못하면 피지와 노폐물이 오래 머물게 되고 이는 말라세지아 진균의 증식을 촉진해 염증과 가려움을 한층 심하게 만들 수 있다. 실내외 온도 차가 큰 환경을 자주 오가는 것도 두피 피지선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땀과 열은 두피 염증을 악화시키는 요인 [그림=메디닉스DB]
문제는 두피가 가렵고 각질이 생기면 많은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듬 샴푸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일반 비듬 샴푸는 각질 제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염증과 진균 증식이 함께 나타나는 지루성피부염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뒤통수나 헤어라인 주변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는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알아차리는 경우도 흔하다.
지루성피부염이 의심될 때는 먼저 두피 세정 습관부터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피 전용 세정제를 손끝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발라 씻어내고 헹굼은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으면 피지선이 자극을 받아 오히려 유분 분비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머리는 하루 한 번 정도 규칙적으로 감아 두피에 피지와 노폐물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머리를 감은 뒤에는 두피와 모발을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젖은 상태로 오래 두면 습하고 따뜻한 환경이 만들어져 진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드라이기를 사용할 때는 두피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뜨거운 바람과 시원한 바람을 번갈아 사용해 자극을 줄이는 것이 좋으며 자연 건조에만 의존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젖은 두피는 진균 번식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생활 습관 측면에서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보다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피지 분비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는 호르몬 변화를 통해 피지 분비를 늘리고 면역 반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루성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적절한 휴식과 스트레스 관리도 함께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모자나 헬멧을 자주 착용하는 경우 두피가 밀폐된 환경에 오래 노출돼 땀과 열이 축적되기 쉬우므로 착용 시간을 조절하고 가능하면 통풍이 잘 되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헤어스타일링을 위해 두피에 직접 닿는 제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습관도 피지와 노폐물이 쌓이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젤이나 왁스처럼 두피에 잔여물을 남기기 쉬운 스타일링 제품은 사용 후 그날 안에 깨끗이 씻어내는 습관이 필요하다.
두피 각질과 가려움이 세정제를 바꾸거나 생활 습관을 개선한 뒤에도 이삼 주 이상 호전되지 않거나 각질 부위가 점점 넓어지고 진물이나 냄새가 동반된다면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자가 판단으로 스테로이드 연고나 항진균제를 장기간 임의로 사용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 치료 방향을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