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섭취를 크게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 비중을 높이는 저탄고지 식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체중 감량 후기가 잇따라 공유되면서 유행이 재점화된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나타나는 효과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강 영향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저탄고지 식단은 하루 섭취 열량 중 탄수화물 비중을 크게 낮추고 지방과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방식이다. 체내 에너지원이 포도당에서 지방 분해 산물인 케톤체로 바뀌는 대사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체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며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관련 연구들을 보면 저탄고지 식단을 시작한 초기 몇 달 동안은 체중 감소와 함께 공복 혈당, 중성지방 수치가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대한비만학회 등 관련 학회는 탄수화물 섭취 조절이 단기적인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러한 개선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는 개인차가 큰 편이다.
저탄고지 식단이 다시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했던 이들이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선 흐름이 자리한다. 여기에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식단과 체중 변화를 공개하면서 따라 해보려는 이들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짧은 기간에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는 점이 매력 요소로 꼽힌다.

체중 변화는 체지방과 수분 감소를 함께 살펴야 [그림=메디닉스DB]
다만 식단 초기에 나타나는 급격한 체중 감소는 체지방이 아니라 체내 수분과 글리코겐이 함께 빠져나가는 데 따른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체중계 숫자만 보고 효과를 판단하기보다는 체성분 변화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포화지방 섭취가 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저탄고지 식단을 오래 유지한 경우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관련 학회의 설명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곡물, 과일, 채소 등에서 얻는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 무기질 섭취가 함께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변비가 생기거나 피로감, 두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단백질 섭취 증가가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저탄고지 식단은 육류와 지방 위주 식사에 대한 거부감이나 사회생활에서의 불편함 때문에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단을 중단한 뒤 이전 식습관으로 돌아가면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이른바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균형 잡힌 식사와 신체활동 병행이 중요 [그림=메디닉스DB]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 학회는 특정 영양소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식단보다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신체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 유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유행하는 식이요법을 시도할 때도 이러한 기본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간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탄고지 식단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대사 상태에 따라 혈당이나 지질 수치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어서다. 임신부나 성장기 청소년도 영양 균형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저탄고지 식단을 시도하려면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끊기보다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를 줄이고 통곡물, 채소, 견과류 등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을 함께 챙기는 방식이 권장된다. 식단 중 어지럼증이나 심한 피로, 두통이 지속되거나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오른다면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