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혈당 수치만 확인하며 지내기 쉽다. 그러나 심한 저혈당이나 고혈당, 당뇨병성 케톤산증과 같은 급성 합병증이 발생하면 응급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 22만여 명의 실제 진료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콩팥 기능을 함께 관리해야 응급상황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8월 11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5개 의료기관에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진료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 22만720명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4만9천770명인 22.6%가 당뇨병 진단 전후 1년 이내 최소 한 차례 이상 응급실을 방문했다. 환자 약 10명 가운데 2명꼴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ONE 7월호에 게재됐다.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평균 연령이 높았고 혈당 조절과 콩팥 기능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인슐린과 이뇨제를 사용하는 비율도 약 2배 높았으며 고혈압과 뇌혈관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당뇨병 관리가 단순히 혈당 숫자 하나를 낮추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연구진은 혈압과 혈당검사, 콩팥 기능, 약물 처방 등 일상 진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55개 정보를 활용해 인공지능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가장 성능이 높았던 모델은 응급실 방문 위험을 구분하는 성능이 87%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기존 통계모델보다 높은 결과를 보였다. 특히 이완기 혈압과 혈청 크레아티닌, 수축기 혈압이 주요 예측요인으로 확인됐다. 크레아티닌은 콩팥 기능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혈액검사 지표다.
다만 이번 연구가 개인에게 곧바로 응급실 방문 확률을 알려주는 검사법이 상용화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병원의 과거 진료자료를 이용해 위험을 예측한 연구 단계의 모델이며, 실제 1차 의료현장에서 활용하려면 추가적인 검증과 적용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진도 향후 일선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모델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뇨병 환자가 실제로 주의해야 할 급성 합병증 가운데 하나는 저혈당이다. 식은땀과 손 떨림, 심한 허기, 두근거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상태가 악화되면 집중력 저하와 의식 변화, 경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인슐린이나 일부 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환자, 고령자는 저혈당 위험에 더 주의해야 한다.
반대로 혈당이 심하게 상승하면서 쇠약감과 심한 갈증, 잦은 소변, 메스꺼움과 구토, 복통, 의식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나 고혈당고삼투질상태 같은 응급 합병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급성 합병증은 모두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증상이 뚜렷하다면 집에서 혈당이 내려가기를 기다리기보다 의료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소에는 혈당만 기록하지 말고 혈압과 콩팥 기능 검사 결과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식사를 거른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거나 임의로 인슐린 용량을 바꾸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감염이나 탈수처럼 평소와 다른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혈당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으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당뇨병 환자의 응급상황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여도 평소 진료기록 속에 위험 신호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콩팥 기능, 동반질환과 복용약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작은 변화부터 관리하는 것이 응급실로 이어지는 급성 악화를 줄이는 현실적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