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다 침대에 누웠는데 오히려 그때부터 머리가 또렷해지는 사람이 있다. 내일 처리해야 할 업무와 미처 하지 못한 일, 낮에 있었던 대화가 연달아 떠오르면서 쉽게 잠들지 못한다. 이런 날에는 억지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릿속에 남아 있는 생각을 종이에 짧게 정리하는 방법을 활용해볼 수 있다.
잠들기 전 걱정이 반복되는 현상은 드물지 않다. 낮에는 업무와 활동에 집중하느라 미뤄뒀던 생각이 주변이 조용해진 밤에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해결되지 않은 일을 계속 기억하려고 하면 무엇인가 놓칠 것 같은 긴장감이 유지되고, 잠을 자야 한다는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오히려 각성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취침 전 기록이다. 내일 해야 할 일과 걱정되는 내용을 짧게 적고,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다음 날 다시 확인하기로 정하는 방식이다. 기록의 목적은 완벽한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생각을 외부에 옮겨두는 데 있다.
실제로 잠들기 전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행동과 수면 시작 시간의 관계를 살펴본 소규모 연구도 보고된 바 있다. 다만 기록만으로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인의 스트레스 수준과 수면환경, 카페인 섭취, 생활 리듬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록 시간은 너무 길지 않은 편이 좋다. 잠들기 직전 한 시간 동안 업무계획을 세세하게 작성하면 오히려 머리가 더 활성화될 수 있다. 취침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5~10분 정도 시간을 정하고 꼭 기억해야 할 일과 걱정되는 내용을 간단히 적은 뒤 노트를 덮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내용을 쓸 때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내일 오전에 전화하기, 오후에 자료 확인하기처럼 다음 행동이 분명한 일은 한 줄로 적고, 지금 해결할 수 없는 걱정은 별도로 기록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 반복해서 같은 내용을 다시 읽으며 고민하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메모보다 종이 노트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휴대전화로 기록하려다가 메시지와 뉴스, 짧은 영상까지 확인하면 취침 시간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기록을 마친 뒤에는 화면을 계속 보지 않고 잠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는 편이 좋다.
기록과 함께 일정한 저녁 루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방의 조명을 조금 낮추고 세안이나 샤워를 마친 뒤 노트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순서를 반복하면 몸이 휴식 시간에 들어간다는 신호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과 늦은 야식, 과도한 음주는 함께 조절하는 것이 좋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침대에서 계속 시계를 확인하는 습관도 피해야 한다. 몇 시간밖에 못 잔다는 계산을 반복하면 수면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잠들기 어렵다면 밝은 화면을 보는 대신 조용한 환경에서 긴장을 낮출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다만 기록 습관을 만들고 수면환경을 조절했는데도 잠들기 어려운 상태가 장기간 반복되고 낮 동안 집중력 저하와 심한 피로가 이어진다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만성 불면증에서는 인지행동치료를 포함한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 머릿속을 완전히 비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일 해야 할 일과 걱정을 짧게 적어두고 오늘 해결할 문제와 내일로 넘길 문제를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루의 마지막 몇 분을 생각을 늘리는 시간이 아니라 정리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 편안한 밤을 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