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놀다가 손등이나 팔뚝을 할퀴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상처가 아물지 않고 오히려 붉게 붓거나 열감이 느껴진다면 단순한 찰과상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증상은 바르토넬라균 감염으로 생기는 묘소병, 이른바 고양이 할큄병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어린 고양이에게 긁혔거나 상처 부위가 점점 붓고 근처 림프절까지 부어오른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묘소병은 바르토넬라 헨셀라균이라는 세균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은 고양이 몸에 살면서도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아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고양이도 균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사람은 이런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하거나 물렸을 때, 또는 상처나 눈 점막에 고양이 침이 닿았을 때 균에 감염될 수 있다.
균이 고양이 사이에서 옮겨 다니는 데는 벼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벼룩이 감염된 고양이의 피를 빨아먹은 뒤 다른 고양이에게 옮겨 다니면서 배설물을 통해 균을 퍼뜨리고, 고양이가 몸을 긁거나 그루밍을 하다가 발톱과 입 주변에 벼룩 배설물이 묻으면서 균에 오염된다. 이 상태로 사람을 할퀴거나 물면 상처를 통해 균이 체내로 들어간다.
감염 초기에는 할퀸 자리에 작은 물집이나 붉은 발진이 생기고, 다른 상처보다 유난히 더디게 아무는 양상을 보인다. 이후 1~2주가 지나면 상처와 가까운 겨드랑이, 목, 사타구니 등의 림프절이 붓고 만지면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미열이나 피로감, 두통, 식욕 부진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할퀸 상처가 잘 낫지 않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대부분의 묘소병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저절로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드물게 균이 다른 장기로 퍼지면서 뇌염, 시신경염, 간이나 비장의 염증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보고돼 있어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때는 안심하고 지켜보기보다 의료진의 판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진단은 고양이와의 접촉 이력을 확인하는 문진과 상처, 림프절 상태에 대한 진찰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필요하면 혈액검사로 균에 대한 항체 반응을 확인하거나, 림프절이 심하게 부었을 경우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붓기의 원인이 결핵이나 림프종 등 다른 질환일 가능성도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는 증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경우에는 상처를 소독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가는 환자,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자의로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민간요법으로 상처를 방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그림=메디닉스DB]
특히 어린이나 노인,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등으로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묘소병에 걸렸을 때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고양이에게 긁힌 뒤 가벼운 증상이라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빠르게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고양이에게 긁히거나 물렸을 때 즉시 비누와 흐르는 물로 상처를 씻어내는 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장난이 심한 새끼 고양이와 놀 때는 손이나 팔을 물거나 할퀴지 못하도록 장난감을 활용하고, 고양이 발톱을 주기적으로 정리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려묘의 벼룩을 예방하고 정기적으로 구충 관리를 해주는 것도 묘소병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길고양이나 주인이 없는 고양이와의 접촉은 되도록 피하고, 고양이를 만진 뒤에는 손을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만약 할퀸 상처가 며칠이 지나도 낫지 않거나 열, 림프절 붓기, 심한 피로감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