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기르는 노령견이 밤늦게 특별한 이유 없이 집 안을 서성이거나 낯선 곳에 있는 것처럼 짖어대는 일이 잦아졌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행동 변화는 사람의 치매와 비슷한 개념으로 알려진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뇌가 노화하면서 인지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그로 인해 행동과 생활 습관에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관련 수의학계에서는 나이가 많은 반려견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될 수 있는 질환으로 이 증후군을 꼽고 있으며, 노령에 접어들수록 발생 빈도가 점차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방향 감각을 잃는 것이다. 매일 오가던 익숙한 집안 구조에서도 방향을 헤매거나 문 앞에 멈춰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가족이나 함께 지내던 다른 반려동물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듯한 반응을 보여 보호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수면과 활동 주기가 뒤바뀌는 것도 흔하게 나타나는 변화다. 낮에는 대부분 잠을 자다가 밤이 되면 갑자기 활발해져 서성이거나 짖는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는 뇌의 생체 리듬 조절 기능이 저하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보호자의 수면까지 함께 방해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밤낮 바뀐 노령견, 방향 감각 잃고 서성이기도 [그림=메디닉스DB]
그동안 잘 지켜오던 배변 습관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산책 중이 아니라 실내에서, 그것도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배변 실수를 반복한다면 단순한 습관 문제가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보호자와의 상호작용이 줄고 반응이 둔해지는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
활동량과 성격 변화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예전에는 좋아하던 장난감이나 산책에 갑자기 무관심해지거나 반대로 이유 없이 불안해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 상호작용, 수면, 배변, 활동 영역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그저 나이 탓으로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는 점이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시력이나 청력 저하, 신장 질환 등 다른 건강 문제도 비슷한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정확한 감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자가 판단보다는 동물병원을 찾아 정밀한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물병원에서는 신경학적 검사와 혈액 검사, 필요한 경우 영상 검사 등을 통해 다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한 뒤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진행 속도를 늦추는 관리가 한결 수월해지므로, 평소 반려견의 행동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 두었다가 진료 시 함께 설명하는 것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행동 변화 반복되면 동물병원 정밀 검사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일상생활에서는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산책과 식사, 취침 시간을 되도록 일정하게 지키고 가구나 물건의 위치를 자주 바꾸지 않으면 반려견이 느끼는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밤에 서성이는 정도가 심하다면 은은한 조명을 켜 두어 방향 감각을 잃지 않도록 돕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새로운 냄새를 맡게 하는 놀이나 간단한 훈련처럼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꾸준히 병행하면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으므로 새로운 자극은 조금씩 천천히 늘려가는 방식이 권장된다.
노령견이 밤에 짖거나 서성이는 일이 반복되고 배변 실수나 무기력함이 함께 나타난다면 늦지 않게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 며칠 이상 이어진다면 기록을 남겨두었다가 진료 시 수의사에게 전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