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뵌 부모님과 손을 맞잡았을 때 예전보다 힘이 약해졌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단순한 노화의 신호로만 넘기지 말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10일 손아귀 힘, 즉 악력이 노년기 근감소증과 노쇠를 가늠하는 중요한 건강지표라고 밝히고 부모님 세대의 조기 관리를 당부했다. 손을 맞잡는 짧은 순간이 건강 상태를 살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0세 이상 초고령층 4명 중 1명꼴인 26.9%가 근감소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함께 줄어드는 상태를 말하며 단순히 마른 체형과는 다른 개념이다. 근육이 줄어들면 걷기나 계단 오르기 같은 일상 동작이 점차 힘들어지고 자립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악력과 근감소증의 밀접한 연관성이다. 질병관리청은 악력이 저하된 노인의 근감소증 유병률이 85.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악력이 떨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근육 건강 전반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짐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손 힘의 변화는 몸 전체 근력 상태를 보여주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악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측정이 간단하면서도 전신 근력 상태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별도의 정밀 장비 없이도 손을 맞잡거나 간단한 도구로 확인할 수 있어 노인 건강검진 현장에서 노쇠 위험을 조기에 걸러내는 실용적인 지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검사 자체가 간단해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건소에서 악력을 측정하는 장면 [그림=메디닉스DB]
근감소증을 방치하면 단순한 체력 저하를 넘어 낙상과 골절, 거동 불편으로 이어지기 쉽다. 근력이 약해진 노인은 균형을 잃었을 때 스스로 몸을 지탱하지 못해 넘어질 위험이 커지고 한번 골절이 생기면 회복이 더뎌 활동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결국 노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부모님의 손 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예전에는 쉽게 열던 병뚜껑을 힘겨워하거나 장바구니를 들 때 손목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면 근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반복된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에서 정확한 악력 측정과 근력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식생활과 운동 습관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기는 한편 걷기나 가벼운 근력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근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움직임이 함께 뒷받침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근력 유지를 위한 가벼운 운동 장면 [그림=메디닉스DB]
특히 다리와 팔의 근력을 함께 쓰는 스쾃이나 아령 들기 같은 동작은 노년기에도 무리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운동으로 꼽힌다. 다만 기존에 관절이나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강도와 방법을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리한 동작보다는 자신의 체력에 맞춘 점진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발표를 통해 노쇠는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보다 근력 저하라는 신호를 거쳐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악력 변화를 눈여겨보는 것이 부모님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기에 근력 저하를 알아채면 그만큼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해진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처럼 부모님을 자주 뵙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손을 맞잡아 보는 짧은 순간이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손 힘이 눈에 띄게 약해졌거나 일상 동작이 버거워 보인다면 미루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근력과 영양 상태를 함께 점검받는 것이 좋다. 작은 관심이 부모님의 건강한 노후를 지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