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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이나 트레킹을 다녀온 뒤 열과 몸살이 시작되고 며칠 사이 숨쉬기까지 힘들어진다면 단순한 여행 피로나 독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칠레에서 올해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 환자의 사망 비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현지 보건당국이 처음으로 광범위한 보건경보를 발령했다.
질병관리청이 8월 7일 공개한 전 세계 감염병 발생 동향에 따르면 칠레에서는 2026년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의 치명률이 전년보다 약 2.1배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칠레 정부의 공식 집계에서는 7월 28일까지 확진자 46명 가운데 18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약 39%에 이른다. 이에 칠레 보건부는 아타카마부터 마가야네스까지 13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타바이러스 보건경보를 처음 발령했으며, 조치는 2027년 7월 31일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남미에서 문제가 되는 안데스바이러스는 한타바이러스의 한 종류로, 감염되면 폐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주된 감염원은 바이러스를 가진 야생 설치류다. 설치류의 소변과 침, 배설물이 말라붙은 공간을 청소하거나 환기가 되지 않는 창고와 오두막을 이용하면서 오염된 먼지를 들이마실 때 감염될 수 있다.
초기 증상은 독감과 매우 비슷하다. 노출 뒤 4일에서 42일 사이 발열과 심한 피로, 근육통, 두통, 어지럼증, 오한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구역질과 구토, 설사, 복통을 겪는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나타난 뒤 수일 만에 기침과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폐에 액체가 차면서 짧은 시간 안에 중증 호흡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안데스바이러스는 다른 대부분의 한타바이러스와 달리 드물게 사람 사이에서도 전파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짧은 접촉보다 증상이 있는 환자와 장시간 밀접하게 생활하는 상황에서 위험이 보고돼 왔다. 올해 5월에는 남미 지역을 운항한 크루즈선에서 안데스바이러스 집단감염이 확인돼 여러 국가의 승객에게서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예방을 위해 남미 여행 중 설치류가 드나든 흔적이 있는 산장과 창고, 오래 비어 있던 건물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쥐 배설물이 보인다고 빗자루로 바로 쓸거나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면 오염된 먼지가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설치류가 많은 장소를 피하고 음식물을 밀폐해 보관하며, 숙박시설에서는 쥐의 배설물과 갉은 흔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현재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예방하는 일반적인 백신이나 감염 자체를 제거하는 특정 치료제는 없다. 환자의 호흡과 혈압을 유지하는 집중적인 치료가 중요하며,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 환자의 약 38%가 사망할 수 있는 중증 감염병으로 안내하고 있다.
칠레나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에서 캠핑과 트레킹, 농촌 숙박을 한 뒤 6주 이내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심한 근육통이 생겼다면 여행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여기에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새롭게 나타난다면 단순 감기로 기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는 증상만이 아니라 최근 여행지역과 설치류 노출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