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닉스
광고
연구·학술 리포트

기후변화가 사람을 이동시키고 건강까지 바꾼다, WHO 연구 우선순위 첫 제시

폭염·재난·강제이주 이후 정신건강과 만성질환, 산모·아동 의료 접근성 연구 강화

메디닉스 정동현기자|입력 |조회 0
기후변화가 사람을 이동시키고 건강까지 바꾼다, WHO 연구 우선순위 첫 제시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챗gpt ]

폭염과 홍수, 가뭄 같은 기후재난이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거주지와 의료 접근성까지 바꾸는 시대가 되면서 세계보건기구가 기후변화와 이주, 건강을 연결한 새로운 국제 연구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WHO는 8월 5일 기후변화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주와 강제이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글로벌 연구 우선순위와 행동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은 WHO의 건강·이주 부문과 기후변화·에너지·대기질 부문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7월 22일 열린 공식 발표에는 75개국 이상에서 300명이 넘는 참가자가 참여했으며, 연구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는 학계와 정책, 현장 전문가 59명이 참여했다. 기존 연구를 검토하고 전문가 자문과 온라인 우선순위 조사를 거쳐 연구과제를 정했다.

기후변화와 이동의 관계는 단순히 폭우 때문에 집을 잃는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반복적인 가뭄으로 농업과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환경이 악화되고, 폭염으로 기존 지역에서 일하거나 생활하기 어려워지면서 장거리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동 과정에서 기존의 의료서비스와 예방접종, 약물치료가 끊기고 생활환경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광고

WHO가 제시한 핵심 연구영역은 사회적 건강결정요인과 보편적 건강보장, 응급상황 세 가지다. 여기에 건강결과와 데이터, 정책과 중재가 공통 연구영역으로 포함됐다. 단순히 몇 명이 이동했는지를 집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동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건강위험에 취약해지는지, 어떤 의료체계가 실제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정신건강과 산모·아동 건강, 만성질환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선정됐다. 집과 직장을 잃거나 가족과 분리된 사람은 불안과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다. 임신부와 영유아는 이동 과정에서 정기검진과 예방접종이 끊기기 쉽고, 당뇨병과 고혈압처럼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처방과 약품 공급의 공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주민과 임시 거주자의 건강정보가 의료체계에서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도 연구대상이다. 기존 질환과 복용약을 확인할 수 없으면 응급진료에서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WHO는 이동 인구를 반영하는 데이터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주민과 당사자가 직접 연구과정에 참여하는 방식도 강조했다.

광고

기후변화와 건강의 관계를 연구할 때 모든 이주를 질병이나 취약성으로만 바라보는 접근 역시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동은 위험을 피하는 적응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연구의 목적은 이주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이동 전과 이동 중, 정착 이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끊김 없이 제공할 것인지 찾는 데 있다.

한국 역시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 등 기후재난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와 계절근로자, 장기체류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 연구기준이 구체화되면 재난대응에서 언어와 보험, 의료정보 접근성이 다른 집단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국내 연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WHO의 이번 계획은 기후변화를 환경정책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와 정신건강, 모자보건, 만성질환 관리까지 연결된 문제로 바라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연구자료가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재난대응과 의료 접근성 개선 정책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다.

광고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