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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을 오래 앓아온 사람 중 상당수는 발끝이나 발바닥이 저릿하거나 둔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나 혈액순환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혈당 관리만큼이나 이러한 합병증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오랜 기간 높은 혈당 상태가 이어지면서 말초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이다. 특히 발과 다리 끝처럼 몸에서 먼 부위의 신경이 먼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이 손상되면 감각을 전달하는 기능뿐 아니라 운동 기능과 자율신경 기능까지 함께 저하될 수 있다.
초기에는 발끝이나 발바닥이 저릿하거나 따끔거리는 느낌, 화끈거리는 듯한 통증, 혹은 반대로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흔히 밤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양쪽 발에 비슷하게 나타나며 서서히 발목과 종아리 쪽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신경병증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통증이나 이상 감각보다 감각 자체가 무뎌지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발에 상처가 나거나 신발 안에 이물질이 있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작은 상처가 방치되어 곪거나 궤양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발 감각 저하는 상처를 늦게 발견하게 만든다 [그림=메디닉스DB]
감각이 둔해진 상태로 상처를 방치하면 세균 감염으로 이어지기 쉽고, 혈당이 높은 환경에서는 상처 회복 속도도 느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경우 감염이 뼈까지 번지거나 조직이 괴사해 발가락이나 발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길수록, 그리고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비만,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신경 손상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어 생활 습관 관리가 함께 필요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감각신경뿐 아니라 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율신경병증이 동반되면 위장 운동이 느려져 소화불량이나 변비, 설사가 반복되거나 자리에서 일어설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심박수 조절이나 땀 분비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전반적인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문진과 함께 발의 감각을 확인하는 간단한 검사, 신경 전도 속도를 측정하는 검사, 통증과 온도 감각을 살피는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사람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한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발 감각과 신경 상태를 점검받는 것이 권고된다.

정기적인 신경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그림=메디닉스DB]
치료의 핵심은 혈당을 목표 범위 안으로 꾸준히 유지해 신경 손상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이미 나타난 신경 손상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혈당 조절과 함께 통증을 줄이는 약물 치료,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면 증상 악화를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 관리도 신경병증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매일 발을 씻은 뒤 상처나 물집, 색깔 변화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발을 조이지 않으면서 통기성이 좋은 신발과 양말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맨발로 걷는 습관은 작은 상처를 놓치기 쉬워 피하는 것이 좋다.
발끝 저림이나 감각 저하가 몇 주 이상 이어지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혈당 수치뿐 아니라 발의 감각과 상태도 함께 챙기는 습관을 들여,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