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과 설사가 몇 주째 이어지면 대부분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장염으로 여기고 넘어가기 쉽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넉 달 이상 반복되거나 혈변, 체중 감소, 발열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장염이 아니라 염증성장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 장염으로 오인돼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정확한 검사가 중요하다.
염증성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을 포괄하는 용어로, 면역 체계의 이상 반응으로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두 질환 모두 완치 개념보다는 꾸준한 관리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로 여겨진다. 젊은 성인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장년층에서도 새롭게 진단되는 사례가 있다.
염증성장질환이 놓치기 쉬운 이유는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특성 때문이다. 복통이 사라지면 나았다고 판단해 병원을 찾지 않다가 다시 설사가 시작되면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대장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호전과 악화의 반복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진단이 늦어지고, 그 사이 장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하루 여러 차례 이어지는 묽은 변, 배꼽 주변이나 아랫배의 통증, 그리고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이 있다. 여기에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미열, 만성 피로가 동반되면 단순 장염보다는 염증성장질환 가능성을 좀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야간에도 화장실을 찾게 되는 증상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언급된다.

만성적인 복통과 설사는 방치하기 쉬운 증상 [그림=메디닉스DB]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부위에서든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장벽 깊숙이까지 침범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궤양성대장염은 대장과 직장 점막에 국한돼 염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두 질환 모두 복통과 설사, 혈변이라는 공통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밀 검사 없이는 구별이 쉽지 않다. 치료 방향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두 질환을 정확히 구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단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을 통한 점막 조직 검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혈액 검사로 염증 수치를 확인하고, 대변 검사를 통해 장 염증의 정도를 가늠하는 칼프로텍틴 수치를 함께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필요하면 소장을 포함한 전체 소화관을 살피기 위해 영상 검사가 추가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 같은 검사들은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을 구별하고 염증의 범위를 확인하는 데도 활용된다.
진단이 늦어져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나 장과 장, 장과 피부 사이에 비정상적인 통로가 생기는 누공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만성 염증이 지속된 대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소아나 청소년기에 발병한 경우 성장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정확한 진단 위해 정밀 검사와 추적 관찰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염증성장질환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과 장내 면역 반응의 이상,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염증성장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관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좀 더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다만 특정 음식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근거는 부족해 무리한 식이 제한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가 권장된다.
치료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 치료가 중심이 되며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약제의 종류와 용량이 조절된다. 약물로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협착, 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꾸준한 약물 복용과 정기 검진을 통해 관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영양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보충제를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복통과 설사가 한 달 이상 반복되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극적인 음식과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증상이 잠시 호전됐다고 임의로 진료를 중단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