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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야외활동과 모임이 늘면서 집단 식중독 소식이 잦아지는 가운데, 감염원을 정확히 찾아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의 증상과 섭취 음식 조사에 주로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원인균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감염 경로를 거꾸로 추적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의 이동 경로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기존 역학조사는 환자 면담과 섭취 이력 조사에 크게 의존해 왔다. 여러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증상을 보여도 실제로 같은 균에 감염됐는지, 감염 경로가 같은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러 식당이나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면 연관성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균 전체 유전체를 해독하는 분석 기술이다. 식중독을 일으킨 세균의 유전체를 통째로 읽어내면 균주마다 미세하게 다른 유전자 서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차이를 비교하면 서로 다른 장소에서 검출된 균이 사실은 같은 오염원에서 유래했는지, 혹은 전혀 별개의 사건인지를 훨씬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환자에게서 분리한 균과 식품, 조리 환경에서 검출한 균의 유전자 서열을 나란히 비교해 유사도를 계산한다.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균주가 여러 환자와 특정 식품에서 함께 발견되면, 그 식품이 감염 경로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이 비슷해도 유전자 서열이 크게 다르면 별개의 감염 사건으로 분리해 조사할 수 있다.

균주 간 유전자 서열을 비교해 감염경로를 추정한다 [그림=메디닉스DB]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전체 분석 결과는 기존 역학조사 자료와 결합될 때 신뢰도가 더 높아진다. 환자 면담을 통해 얻은 섭취 이력 정보와 유전체 분석으로 확인된 균주 간 연관성을 함께 살펴보면, 오염이 발생한 지점을 좀 더 좁혀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러 지역 보건당국이 협력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체계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유통 이력 추적 제도와 유전체 분석 기술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의 기록과, 문제가 된 균의 유전체 정보를 함께 살펴보면 오염이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유사한 오염 식품이 시중에 더 유통되기 전에 조치를 취하는 데도 유용하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러 주에서 수집된 식중독균의 유전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며 감시망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은 한 지역에서만 보면 드러나지 않던 산발적 사건들이 사실은 하나의 오염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유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전체 기반 추적의 가장 큰 장점은 확산을 막는 속도에 있다. 원인 식품이나 오염 경로가 빨리 특정될수록 해당 제품의 유통을 조기에 제한하고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원인 파악이 늦어지면 같은 오염원에서 유래한 식품이 계속 유통되면서 환자 수가 불어날 위험이 있어, 신속한 분석 체계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유통 이력과 유전체 정보 결합해 오염 단계 추정 [그림=메디닉스DB]
다만 이 기술이 자리잡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유전체 분석에는 전문 장비와 인력, 분석 결과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균주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지역이나 기관별로 데이터베이스가 따로 운영되면 비교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표준화된 방식으로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전체 분석이 실시간에 가까운 감시 체계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분석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이 낮아지면 소규모 산발적 사례까지도 조기에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국가 간 정보 공유가 확대되면 수입 식품을 통한 오염 경로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술 발전과 별개로 개개인의 예방 수칙은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대응책이다. 육류와 채소는 충분히 씻고 익혀 먹고, 조리 도구는 용도별로 구분해 사용하며, 조리 전후 손씻기를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배탈이나 설사 등 증상이 여러 사람에게서 동시에 나타나면 섭취한 음식을 기억해 두고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감염 경로 추적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