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고 목이 따끔거리면 대부분 감기나 편도염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목 안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 두꺼운 회색 막이 생기고 목이 붓거나 숨쉬기 어려워진다면 디프테리아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해외 곳곳에서 다시 유행하면서 국내 유입에 대한 경계도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26일 디프테리아 국내 유입 주의 알림을 별도로 발표했다. 특히 호주에서는 2025년 말부터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2월 이후 발생이 빠르게 늘었다. 호주 정부는 5월 22일 디프테리아를 국가적 중요 감염병 발생으로 선언했으며 당시 전국적으로 약 230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이는 국가 감시가 시작된 199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호주 국가사건센터 자료에서도 해당 유행은 7월 10일 기준 대응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디프테리아는 독소를 만드는 디프테리아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감염자의 기침과 재채기에서 나온 호흡기 분비물이나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1급 법정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1988년 이후 국내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유행이 이어질 경우 재유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 상태와 여행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증상은 감염 후 보통 2일에서 5일 사이 시작한다. 초기에 발열과 인후통, 무기력감, 목 주변 림프절 부종이 나타나 감기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후 코와 편도, 목 점막에 두껍고 회색을 띠는 막이 만들어지면서 음식을 삼키거나 숨쉬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억지로 막을 떼려고 하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의 진찰 없이 직접 제거해서는 안 된다.
위험한 이유는 목의 염증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균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혈액을 통해 퍼지면 심근염과 신경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률이 약 30%에 이를 수 있으며 특히 어린 소아에서 위험이 높다고 설명한다.
디프테리아가 의심되면 검사 결과를 기다린 뒤 치료를 시작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의심환자에게 항독소와 항생제를 투여하고 격리 치료하도록 안내한다. 항독소는 혈액에 남아 있는 독소를 중화하지만 이미 조직 안으로 들어간 독소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확진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도 검사와 예방적 항생제 투여, 예방접종 상태 확인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다. 국내에서는 영유아기에 DTaP 백신을 기본 접종하고 이후 추가 접종을 시행한다. 11∼12세에는 Tdap 또는 Td 접종이 권고되며 이후에도 면역 유지를 위한 추가접종이 필요하다. 성인이 자신의 예방접종 기록을 알 수 없거나 기본접종을 완료하지 않았다면 의료진과 접종 일정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디프테리아 발생지역으로 여행하거나 장기간 체류할 계획이라면 출국 전에 접종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어린 시절 백신을 맞았다는 기억만으로 현재 면역 상태를 판단하기보다 마지막 추가접종 시점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올해 7월 호주 예방접종기술자문그룹도 유행 상황에 대응한 별도의 디프테리아 예방접종 권고를 발표했다.
해외여행 뒤 열과 심한 인후통이 발생하고 목 안에 두꺼운 회색 막이 보이거나 목이 심하게 붓고 호흡이 불편해진다면 일반 감기약만 복용하며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에 여행 국가와 귀국 날짜, 예방접종 여부를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보기 어려웠던 질환이라고 해서 사라진 질환은 아니다. 해외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하고 특징적인 증상을 놓치지 않는 것이 디프테리아의 국내 유입과 중증화를 막는 첫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