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부터 운동, 업무, 영상 시청까지 하루 대부분을 이어폰과 함께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제는 귀가 아프지 않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큰 소리를 반복해서 오래 들으면 귀 안의 감각세포가 손상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소음성 난청이나 이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6년 3월 개정한 안전 청취 안내를 통해 전 세계 12세부터 35세 사이 젊은층 10억 명 이상이 개인 음향기기와 공연장 등에서의 높은 소음 노출로 예방 가능한 청력 손상 위험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WHO는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할 때 기기의 최대 볼륨을 기준으로 약 60% 이하에서 듣고, 가능하면 평균 소음 노출을 80dB 아래로 관리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볼륨과 청취 시간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이다. WHO에 따르면 80dB 수준의 소리는 일주일에 약 40시간까지 비교적 안전하게 들을 수 있지만, 90dB에서는 안전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약 4시간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소리가 커질수록 귀가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단순히 조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짧아진다는 의미다.
지하철이나 버스, 카페처럼 주변 소음이 큰 장소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볼륨을 높이기 쉽다. 이때는 소리를 더 크게 키우는 것보다 귀에 잘 맞는 이어폰이나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WHO 역시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잘 밀착되는 노이즈 캔슬링 제품을 이용하면 불필요하게 음량을 높이는 행동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귀에도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음악이나 영상, 화상회의를 장시간 이어서 듣기보다 중간중간 이어폰을 빼고 조용한 환경에서 쉬는 것이 좋다. 콘서트나 클럽처럼 큰 소리에 노출되는 장소에서는 스피커와 거리를 확보하고 귀마개를 사용하며, WHO는 한 시간마다 약 10분 정도 조용한 장소에서 귀를 쉬게 하는 방법을 권한다.
이어폰을 뺀 뒤 귀가 먹먹하거나 삐 소리가 들리는 현상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큰 소리에 노출된 직후 일시적으로 이런 증상이 생겼다가 회복되기도 하지만 반복적인 노출이 계속되면 감각세포와 다른 청각 구조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소음성 난청은 처음에는 높은 음역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정도로 시작해 시끄러운 식당이나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하는 장소에서 말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청취음량과 소음노출 기록을 확인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일정 시간 이상 높은 음량으로 들었을 때 나타나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볼륨 제한 기능을 활용하면 자신의 청취 습관을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면에 표시되는 볼륨 숫자보다 실제로 얼마나 큰 소리를 얼마나 오래 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평소보다 TV와 휴대전화 볼륨을 계속 높이게 되거나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대화를 따라가기 어렵고, 이명이 지속된다면 청력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WHO는 청력 저하가 의심되는 사람뿐 아니라 장시간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정기적인 청력 확인을 권고하고 있다.
이어폰 자체가 귀를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다. 위험을 결정하는 것은 소리의 크기와 듣는 시간이다. 출퇴근길 볼륨을 조금 낮추고 장시간 사용할 때 중간에 귀를 쉬게 하는 작은 습관만으로도 불필요한 소음 노출을 줄일 수 있다. 한 번 손상된 청력은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듣고 있을 때보다 듣지 않을 때까지 생각하는 사용 습관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