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화장실을 평소보다 자주 드나드는데 모래를 파기만 하고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 단순한 배변 습관 변화로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화장실에서 오래 힘을 주거나 울음소리를 내고, 화장실 밖에서도 배뇨를 시도한다면 고양이 하부요로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수컷 고양이는 요도가 막히는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하부요로질환은 방광과 요도에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포함하는 용어다. 방광염과 요도염, 요도폐색, 방광결석 등이 대표적이며 원인은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 스트레스와 음수량 부족, 비만, 실내 생활, 결석, 세균감염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성화 이후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화장실 이용 횟수다. 평소보다 자주 화장실을 오가지만 소변량은 매우 적거나 몇 방울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배뇨할 때 힘을 주거나 울고, 생식기 주변을 계속 핥기도 한다. 소변에 피가 섞이거나 모래 밖에서 배뇨하는 행동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보호자는 이를 배변 문제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소변을 보지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
수컷 고양이에서는 요도가 완전히 막히는 요도폐색이 가장 위험하다. 소변이 배출되지 못하면 방광이 과도하게 팽창하고 몸속 노폐물과 칼륨이 빠르게 축적된다. 시간이 지나면 구토와 식욕 저하, 무기력, 체온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심장 리듬 이상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이상 기다려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고양이가 화장실에 자주 들어가는데 모래가 거의 젖지 않거나, 배를 만졌을 때 단단하게 긴장되어 있고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면 즉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반복해서 힘을 주지만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 응급진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해야 한다.
반면 소변은 나오지만 횟수가 늘어난 경우에도 진료가 필요하다. 방광염이나 결석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통증이 심해지고 재발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진료에서는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방사선 또는 초음파검사를 통해 결석과 염증, 폐색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평소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습식사료를 적절히 활용하고 집 안 여러 곳에 깨끗한 물그릇을 두면 음수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물그릇은 고양이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두고 매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화장실 환경도 중요하다. 모래가 더럽거나 위치가 불편하면 고양이는 배뇨를 참을 수 있다. 화장실은 조용한 장소에 두고 매일 배설물을 치우며, 여러 마리를 키운다면 고양이 수보다 하나 많은 화장실을 준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배뇨 이상이 반복되는 고양이는 스트레스 관리도 함께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새로운 반려동물의 등장, 생활공간 변화는 방광염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놀이와 휴식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양이는 통증을 잘 숨기는 동물이다. 화장실을 자주 오가거나 소변량이 줄고 생식기를 계속 핥는 작은 변화가 심각한 요로질환의 시작일 수 있다. 특히 수컷 고양이가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한다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