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입양한 강아지가 산책 중 낯선 사람만 보면 짖거나 다른 개를 만나면 몸을 웅크리고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린 시절 사회화 경험 부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행동 전문가들은 생후 3주부터 14주 사이를 강아지의 성격과 행동 패턴이 결정되는 결정적 시기로 본다.
이 시기를 사회화 결정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강아지의 뇌가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학습하는 능력이 가장 활발한 때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경험한 사람, 동물, 소리, 장소에 대해 강아지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형성하게 되고, 반대로 이 시기를 그냥 지나치면 낯선 자극 자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반려인들이 강아지를 만 8주 무렵에 데려오면서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출과 사람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의사들은 감염병 예방과 사회화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하며, 접종이 끝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사회화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화가 부족한 강아지는 성견이 된 이후 다양한 문제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낯선 사람이 집에 방문하면 과도하게 짖거나 물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개와 마주쳤을 때 극도의 공포 반응이나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훈련 부족이 아니라 어린 시절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린 시기 다양한 사람과의 접촉이 사회화에 도움을 준다 [그림=메디닉스DB]
사회화 교육은 강아지를 안고 있거나 이동장에 넣은 채로 사람이 많은 공원이나 카페 인근에 데려가는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다. 아직 다른 동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소리와 냄새, 사람들의 움직임을 눈과 귀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사회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접종을 마친 강아지의 부모나 건강 상태가 확인된 다른 강아지와의 만남도 사회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시기에 또래 강아지와 함께 뛰어놀며 무는 힘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성견이 된 이후 다른 개와의 관계 형성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에 대한 사회화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외모의 사람을 만나보는 경험은 강아지가 특정 유형의 사람에게만 편안함을 느끼는 편향을 줄여준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모자나 우산을 쓴 사람 등 평소와 다른 외형의 사람을 접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래 강아지와의 놀이는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메디닉스DB]
소리에 대한 노출도 사회화의 중요한 축이다.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자동차 경적, 천둥소리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소음을 낮은 강도로 미리 들려주는 것은 이후 소음에 대한 공포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갑자기 큰 소리를 들려주기보다는 거리를 두거나 볼륨을 낮춰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이동장이나 자동차 탑승 경험도 어린 시기에 긍정적으로 형성해두는 것이 좋다. 병원 방문이나 미용 등으로 이동장을 사용할 일이 많은 만큼, 평소 짧은 시간이라도 이동장 안에서 간식을 주며 긍정적 경험을 쌓아두면 이후 이동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사회화 결정기를 놓쳤다고 해서 개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성견이 되어서도 점진적인 노출과 긍정 강화 훈련을 통해 불안감을 서서히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 행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필요하고 완전한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시기의 사회화가 강조되는 것이다.
반려인들은 강아지를 입양하는 즉시 사회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매일 짧게라도 새로운 장소와 사람, 소리를 접하게 하되 강아지가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면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말고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화는 강요가 아니라 긍정적 경험의 축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이미 성견이 된 반려견이 심한 공격성이나 불안 행동을 보인다면 자가 훈련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반려동물행동전문가나 수의사와 상담해 체계적인 교정 프로그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행동을 방치하면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의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