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 설문조사나 식사일기 대신 하수에서 나온 DNA로 분석하는 새로운 기술이 공개됐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7월 30일 도시 하수에서 식물과 동물의 유전물질을 찾아 지역사회의 식생활을 추정하는 FoodSeq-FLOW 연구를 소개했다. 관련 논문은 8월 4일자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다.
기존 영양조사는 참여자가 최근 먹은 음식을 기억해 기록하거나 조사자에게 답하는 방식이 많다. 그러나 사람은 먹은 양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거나 간식과 음료를 빠뜨릴 수 있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식품의 섭취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는 문제도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FoodSeq-FLOW는 하수에 남은 식물의 엽록체 DNA와 동물의 미토콘드리아 DNA 일부를 분석해 어떤 식품종이 포함됐는지 확인한다. 감염병 유행을 추적하는 데 사용된 하수 감시체계를 영양과 식품 접근성 연구로 확장한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하수처리장 21곳에서 수집한 183개 시료를 분석했다. 해당 처리시설이 담당하는 인구는 약 210만 명이었다. 분석에서는 식물성 식품 184종과 동물성 식품 116종의 유전적 흔적이 검출됐다.
지역별로 나타난 음식 DNA의 구성은 경제적·인구학적 특성과 일정한 연관성을 보였다. 해안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해산물 흔적이 상대적으로 많이 확인됐고, 해외 출생 주민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열대과일과 콩류 등 특정 식품 신호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료가 지역의 음식문화와 식품 접근성을 파악하는 보조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개인이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추적하는 방식은 아니다. 여러 가정과 시설에서 배출된 하수가 섞인 뒤 처리장 단위로 분석되기 때문에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다. 개인의 식사기록을 수집하지 않고도 지역 전체의 식생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정보 보호 측면의 장점으로 평가된다.
반면 하수에 많이 검출된 식품이 주민들이 실제로 많이 먹은 음식과 정확히 같은 비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음식물 쓰레기가 하수로 유입되거나 식당과 식품공장의 폐수가 섞일 수 있고, 식품마다 소화 과정과 DNA 보존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온도와 산도, 염분도 DNA 분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수처리망에 연결되지 않고 정화조를 사용하는 농촌지역은 분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식품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이 오히려 자료에서 빠질 수 있다는 한계다. 연구 결과를 실제 영양정책에 활용하려면 설문조사와 구매자료, 건강검진 자료 등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기술이 정교해지면 학교급식 개선이나 신선식품 지원사업을 실시한 뒤 지역 식단이 실제로 바뀌었는지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감염병 감시용 하수 시료를 함께 이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장기간 식생활 변화를 추적할 가능성도 있다.
하수 속 음식 DNA는 영양상담을 대신하는 검사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살피기 위한 연구도구다. 개인의 식습관을 비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식품 가격과 유통,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영양정책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