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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모기에 물린 뒤 열과 두통이 나타나면 대개 감기나 더위로 인한 몸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열과 구토가 이어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사람과 장소를 혼동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일본뇌염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일본뇌염은 환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뇌염으로 진행하면 사망과 신경계 후유증 위험이 큰 감염병이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 6월 17일 대구지역에서 채집된 빨간집모기에서 일본뇌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됨에 따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올해는 기존의 주요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뿐 아니라 도심의 정화조와 인공용기 등 고인 물에서 서식하는 빨간집모기에서도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모기 활동이 이어지는 10월까지 야외활동과 생활 주변의 고인 물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 때 전파된다. 바이러스는 돼지와 야생 조류, 모기 사이에서 순환하며 사람은 이 과정에서 우연히 감염된다. 환자와 함께 식사하거나 대화하고 생활하는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파되지 않아 환자나 접촉자를 별도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
감염 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보통 5일에서 15일이 걸린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지나가지만 일부에서는 고열과 두통, 구토, 전신 무력감으로 시작해 의식 변화와 경련, 마비, 운동장애로 진행할 수 있다. 뇌염이 발생한 환자의 20∼30%는 사망할 수 있으며, 생존자 가운데 30∼50%는 인지장애와 언어장애, 발작, 운동장애 등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대개 8월과 9월에 첫 환자가 신고되기 시작해 11월까지 발생한다. 최근 5년간 신고된 환자 79명 가운데 65.9%가 50대 이상이었고 남성이 60.8%를 차지했다. 어릴 때 예방접종을 완료했다고 기억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이 농촌이나 축사 주변에 거주하거나 야간 야외작업을 자주 한다면 접종 필요성을 의료진과 상담할 수 있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만 18세 이상 성인 중 논이나 돼지 축사 인근에 거주하거나 유행 시기에 위험지역에서 활동할 예정인 사람, 일본뇌염 위험국가로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유료 예방접종이 권고될 수 있다. 국가예방접종 대상 아동은 생후 12∼23개월부터 시작하는 표준 일정에 맞춰 접종해야 하며, 생백신과 불활성화 백신의 접종 방식이 다르므로 이전에 맞은 백신 종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직접 제거하는 치료제는 없다. 진단은 증상과 모기 노출 가능성을 확인한 뒤 혈액이나 뇌척수액에서 특이 항체와 유전자 등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열과 함께 반복적인 구토, 의식이 흐려지는 모습, 경련,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이 나타나면 해열제를 먹으며 기다리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모기 예방은 일몰 직후부터 일출 전까지 야외활동을 줄이는 데서 시작된다. 외출할 때는 밝은색의 넉넉한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고, 노출된 피부와 옷·신발·양말에는 허가된 모기 기피제를 사용한다. 방충망의 틈을 점검하고 화분받침과 막힌 배수로, 빈 용기 등에 고인 물을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뇌염은 모기에게 물렸다는 기억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모기에 물린 뒤 2주 이내 고열과 두통이 발생하고 의식이나 행동이 평소와 달라졌다면 단순한 여름 몸살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모기가 서식할 환경을 줄이는 예방이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