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신장기능이 갑자기 악화돼 투석까지 받은 개와 고양이의 절반 이상이 퇴원할 수 있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프런티어스 인 베터리너리 사이언스에 2026년 7월 30일 실린 연구는 급성 신장손상과 만성 신장질환의 급성 악화 환자에서 신대체요법 이후 생존 결과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한 동물병원에서 혈액투석 등 신대체요법을 받은 반려동물 136마리의 의무기록을 분석했다. 대상은 개 67마리와 고양이 69마리였으며, 만성 신장질환 급성 악화군 66마리와 기존 신장질환이 확인되지 않은 급성 신장손상군 70마리로 나뉘었다.
만성 신장질환 급성 악화는 이미 기능이 감소한 신장에 탈수와 감염, 염증, 약물, 요로폐색 등 새로운 손상이 겹친 상태다. 급성 신장손상은 원인을 빠르게 해결하면 신장기능이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지만, 만성질환이 있으면 정상 기능을 대신할 여유가 적어 회복 과정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연구에서 만성 신장질환 급성 악화군의 퇴원 생존율은 53%였고, 급성 신장손상군은 70%였다. 수치상 차이는 있었지만 단기 입원 생존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만성질환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투석 치료가 의미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퇴원 이후의 결과는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만성 신장질환 급성 악화군의 전체 중앙 생존기간은 57일이었으며, 이 가운데 개의 중앙 생존기간은 33일이었다. 반면 해당 집단의 고양이는 추적기간 동안 절반 이상이 생존해 중앙 생존기간을 계산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대상 수와 종별 차이를 고려해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혈액투석은 혈액 속에 쌓인 요소질소와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전해질과 체액의 균형을 조절하는 치료다. 신장 자체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방법은 아니지만, 원인 치료가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투석 여부는 소변량과 혈액검사 수치, 의식 상태, 체액 과다,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고칼륨혈증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보호자는 반려동물이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거나 소변량이 변하고, 식욕 저하와 구토, 체중 감소가 반복되면 신장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만성 신장질환을 진단받은 동물이 갑자기 밥을 먹지 않고 소변이 급격히 줄거나 심하게 처지는 경우에는 정기검진 날짜를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람용 진통제와 소염제를 임의로 먹이는 행동은 특히 위험하다. 일부 약물은 신장으로 가는 혈류를 줄여 급성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포도와 건포도, 부동액 등 신장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먹은 경우에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한 병원의 후향적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로 모든 반려동물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투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전신 상태가 관리된 환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고, 원인 질환과 치료시점도 서로 달랐다. 그럼에도 만성 신장질환의 급성 악화에서도 선택된 환자는 투석 후 퇴원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자료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반려동물 신장질환은 수치 하나로 치료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기존 신장기능과 급성 악화 원인, 소변 생성 여부, 투석 반응과 보호자가 원하는 치료 목표를 함께 고려해 의료진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