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서 꺼낸 고기를 조리대 위에 올려두고 나서 볼일을 보다가 몇 시간 뒤에야 조리를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바쁜 일상에서 흔히 택하는 방법이지만, 냉동육을 실온에 방치하면 표면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 늘어날 수 있다. 편의를 우선하다 해동 과정의 온도 관리를 놓치는 셈이다.
식품 안전을 다루는 기관들은 세균이 가장 활발하게 번식하는 온도대를 섭씨 4도에서 60도 사이로 본다. 냉동육이 실온에 놓이면 겉면부터 이 온도대에 진입하고, 속은 아직 얼어 있더라도 표면에서는 살모넬라나 캠필로박터 같은 세균이 짧은 시간 안에 증식을 시작할 수 있다.
냉동고에서 막 꺼낸 고기는 겉과 속의 온도 차이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실온에 두면 두께가 얇은 부위나 표면부터 먼저 녹으면서 상온 수준의 온도에 도달하고, 이 상태가 길어질수록 세균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냉동식품을 실온에 장시간 꺼내 두는 방식의 해동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대신 냉장고 안에서 서서히 온도를 낮춰가며 녹이는 냉장 해동을 안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데, 시간은 더 걸리지만 세균 증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냉장 해동은 조리 전날 냉동육을 냉장실 하단 칸으로 옮겨두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물이 새어 나올 수 있으므로 접시나 밀폐 용기에 담아두는 것이 좋고, 고기 두께에 따라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의 시간을 여유 있게 두는 것이 안전하다.

냉장 해동은 세균 증식을 최소화하는 방법 [그림=메디닉스DB]
시간이 촉박할 때는 찬물 침지 해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포장을 뜯지 않은 밀폐 상태로 고기를 찬물에 담그고 30분 간격으로 물을 갈아주는 방식인데,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사용하면 표면 온도가 올라가 세균 증식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자레인지의 해동 기능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해동이 끝난 직후 곧바로 조리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레인지 해동 과정에서 부위별로 온도가 고르지 않게 올라갈 수 있어, 해동 후 다시 실온에 방치하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냉동 상태 그대로 조리하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오븐이나 찜기 등을 이용하면 별도로 해동하지 않고도 조리가 가능한데, 다만 속까지 충분히 익도록 일반적인 조리 시간보다 더 길게 잡아야 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얼린 채로 조리하면 해동 없이도 가능 [그림=메디닉스DB]
한번 해동한 고기를 다시 얼렸다가 또 해동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온도가 오르내리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세균이 증식할 기회가 늘어나고, 육질과 수분이 빠져나가 맛과 식감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시기에는 이러한 온도 변화 폭이 더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해동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이 다른 식재료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채소나 조리된 음식과 분리해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실 아래쪽 칸에 두고, 사용한 도마와 칼은 다른 식재료용과 구분해 세척하는 습관이 교차 오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기온이 높은 계절에는 실내 온도 자체가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에 가까워지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에어컨을 켜 둔 실내라도 조리대 주변은 온도가 쉽게 오를 수 있어, 이 시기에는 실온 해동을 아예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냉동육을 안전하게 다루려면 조리 전날 냉장고로 미리 옮겨 두는 습관을 들이고, 급할 때는 찬물 침지나 전자레인지 해동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해동 후에는 되도록 빨리 조리하고, 육류를 먹은 뒤 구토나 설사, 발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