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사료를 씹을 때 유난히 힘들어하거나 갑자기 입 냄새가 심해졌다면 치아와 잇몸 상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보호자가 스케일링을 받으려면 전신마취가 필요하다는 사실 앞에서 망설이지만, 치과질환을 그대로 두면 통증과 전신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치료 시기를 미루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반려견의 치아 표면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세균막인 치태가 끊임없이 쌓인다. 치태를 제때 닦아내지 않으면 침 속 미네랄 성분과 결합해 단단한 치석으로 굳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잇몸 안쪽까지 파고들어 치은염을 거쳐 치아를 지지하는 조직이 파괴되는 치주염으로까지 진행할 수 있다.
치주질환이 진행되면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며 통증이 동반돼 사료를 제대로 씹지 못하고 급하게 삼키듯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방치 기간이 길어지면 치아를 지탱하는 치조골까지 손상돼 이가 흔들리다 결국 빠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며, 나이 든 반려견일수록 이런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구강 내 세균은 염증이 생긴 잇몸 혈관을 통해 혈류로 유입될 수 있으며, 이렇게 퍼진 세균이 심장과 신장 등 다른 장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수의학 자료를 통해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구강 문제를 단순히 입 냄새 정도로만 가볍게 여기고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런 치석 쌓인 반려견 치아, 조기 관리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치석이 이미 잇몸 아래까지 파고든 상태라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 긁어내는 방식으로는 충분한 치료가 되지 않는다. 잇몸 속에 숨어 있는 치석을 제거하고 치아 뿌리 상태까지 정확히 살피려면 반려견이 완전히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신마취가 사실상 불가피하다.
고령견이거나 심장, 신장 등에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또는 체구가 매우 작은 소형견이라면 보호자가 마취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마취는 분명 일정한 위험을 동반하는 의료 행위이므로 이러한 걱정을 무조건 지나친 기우로 치부할 수는 없다.
다만 최근 여러 동물병원에서는 마취 전 혈액검사와 심전도 등을 통해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 맞춤형 마취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산소포화도와 심박수, 체온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취 없이 진행하는 이른바 비마취 스케일링은 눈에 보이는 치석만 제거할 뿐, 잇몸 아래쪽 상태는 정확히 확인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게다가 낯선 도구와 소음에 반려견이 놀라 갑자기 움직이면 잇몸이나 입안이 다칠 위험도 있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마취 중 활력징후 세심하게 관찰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결국 스케일링 여부와 시기는 반려견의 나이와 건강 상태, 치과질환의 진행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담당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치료 시기를 미루기보다는 마취 전 검사 결과를 토대로 위험과 이득을 함께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평소 꾸준한 관리로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는 주기를 늦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매일 칫솔질로 치태를 물리적으로 닦아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여의치 않다면 반려동물용 덴탈 껌이나 구강관리 전용 사료, 식수에 타서 사용하는 구강관리 제품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입 냄새가 갑자기 심해지거나 잇몸에서 피가 나고, 밥을 먹다 자주 흘리거나 한쪽으로만 씹는 모습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구강 상태를 점검받는 것이 좋다. 평소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치과질환을 초기에 발견하면 전신마취가 필요한 시점과 방법을 보다 여유 있게 계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