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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말로 바뀐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집에서 3800시간 작동

ALS로 말하기 어려운 환자가 일상 대화와 문자에 활용… 연구실 밖 장기 사용 가능성 확인

메디닉스 정동현기자|입력 |조회 0
생각만 해도 말로 바뀐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집에서 3800시간 작동
사진=AI 생성 이미지

근육 마비로 말을 하기 어려운 환자의 뇌 신호를 문장과 음성으로 바꾸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실제 가정에서 장기간 사용됐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2026년 7월 14일 ALS 환자가 연구진의 상시 도움 없이 가족의 지원만으로 장치를 설치하고, 일상적인 대화와 영상통화, 이메일에 사용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ALS와 뇌졸중, 척수손상 등으로 말하기 근육이 마비된 환자는 생각과 언어능력이 유지돼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 눈동자 추적기와 글자판, 손가락 움직임을 이용한 보조기기가 있지만 입력속도가 느리거나 일부 움직임을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환자가 말하려고 할 때 운동피질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감지해 단어나 문장으로 해석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 표면에 삽입한 전극이 발화를 시도하는 순간의 신경활동을 기록했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이를 12만5000개 단어의 어휘 목록과 비교해 문장으로 변환했다.

연구 참여자는 ALS로 근육이 약해져 자연스러운 발음이 어려워진 45세 남성이었다. 장치는 해독된 문장을 화면에 표시하는 동시에 환자가 질환 전 남겨둔 목소리 녹음을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음성으로 읽어줬다. 기계적인 공통 음성이 아니라 본인의 과거 목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환자는 해독된 문장이 정확한지 직접 평가하고 수정할 수 있었다. 손을 움직이는 대신 뇌 신호나 눈동자 움직임으로 컴퓨터 커서를 조작해 잘못 인식된 내용을 고쳤다. 처음 280일 동안 연구진이 일주일에 두 차례에서 네 차례 가정을 방문해 장치를 설정했으며, 이후에는 아내와 딸이 사용법을 배워 설치를 맡았다.

약 23개월 동안 환자는 장치를 3800시간 이상 사용했다. 대면 대화뿐 아니라 영상통화와 이메일, 문자메시지까지 활용 범위가 넓었다. 18만 개가 넘는 문장 가운데 환자가 정확하거나 대부분 정확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79%였으며, 13%는 직접 수정해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문장이 길어지고 정확도도 높아졌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높은 정확도만이 아니다. 기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는 전문 연구진과 장비가 갖춰진 실험실에서 짧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가 실제 집에서 가족과 대화하고 필요할 때마다 장기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은 기술이 생활 보조기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직 일반 환자가 병원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상용치료는 아니다.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하고 감염과 출혈, 장치 고장에 대한 장기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결과도 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질환과 뇌 신호가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성능이 나타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해독 과정에서 사적인 생각이 원하지 않게 출력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현재 장치는 환자가 실제로 말하려고 시도할 때 발생하는 특정 신호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그럼에도 뇌 정보의 저장과 전송, 개인정보 보호, 장치 접근권에 관한 윤리적 기준은 기술 발전과 함께 마련돼야 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장치를 더 작고 튼튼하게 만들고 휴대성을 높일 계획이다. 여러 환자의 장기 데이터를 확보하면 발음 방식과 질환 진행에 따른 신호 변화를 반영해 정확도를 개선할 수 있다. 수술 부담을 줄인 전극과 무선 연결 기술도 상용화 가능성을 결정할 요소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생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이번 연구는 뇌 신호를 직접 언어로 연결하는 기술이 환자의 의사소통과 관계 회복, 치료 결정 참여에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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