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하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아도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넘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B형과 C형 간염은 뚜렷한 증상 없이 수년에서 수십 년간 진행한 뒤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견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세계 간염의 날을 맞아 바이러스 간염을 조기에 찾아 치료하는 것이 간암 예방으로 이어지는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약 2억8700만 명이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을 앓고 있으며, 관련 사망자는 약 130만 명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간암은 암 사망원인 2위이며, 40∼50대에서는 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특히 국내 간암 발생의 70% 이상이 B형과 C형 간염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증상이 없을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염을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질환으로만 생각하면 발견 시기를 놓치기 쉽다. 만성 감염자는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며, 일부에서만 피로감과 식욕 저하, 구역, 복부 불편감, 짙은 소변, 황달 등이 나타난다. 간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바이러스의 활동이나 간 손상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B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있으며, 만성 감염이 확인되면 바이러스 수치와 간 상태에 따라 장기간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는 바이러스를 억제해 간경변증과 간암 위험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C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지만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환자의 95% 이상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의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56세를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도입했다. 항체검사가 양성이라고 모두 현재 감염 상태인 것은 아니다. 과거에 감염됐다 자연적으로 회복한 사람도 항체가 남을 수 있으므로, 양성자는 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하는 RNA 검사를 통해 현재 감염 여부를 확진해야 한다.
B형간염 관리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2026년 개정된 국내 진료지침은 기존 간수치뿐 아니라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수치를 치료 시작의 중요한 판단 근거로 반영했다. 간수치가 크게 오르지 않았더라도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하거나 간 손상 위험이 높다면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균자로 알고 지내더라도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 등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B형과 C형 간염은 주로 감염된 혈액과 체액을 통해 전파된다. 면도기와 칫솔, 손톱깎이를 함께 사용하지 않고 문신이나 피어싱, 침 시술을 받을 때 일회용 또는 적절히 소독된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B형간염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 직후 예방접종과 필요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
간염이 확인됐다고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부터 찾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일부 약물과 보충제는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술은 기존 간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종류와 활동성, 간 섬유화 정도를 확인한 뒤 개인 상태에 맞는 치료와 추적검사를 이어가야 한다.
바이러스 간염은 증상이 생긴 뒤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라 증상이 없을 때 찾아야 하는 질환이다. 국가검진 대상자는 검사를 놓치지 말고, 가족 중 B형간염 환자가 있거나 과거 수혈·수술·침습적 시술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의료진과 검사 필요성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오늘 확인한 간염 상태가 수년 뒤 간경변증과 간암을 막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