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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견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반려견이 걷다가 갑자기 한쪽 뒷다리를 들고 몇 걸음 깡충깡충 뛰다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은 잠깐의 버릇이나 장난으로 여기고 넘어가기 쉽지만 소형견에게 흔히 나타나는 관절 질환인 슬개골탈구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슬개골탈구는 무릎뼈인 슬개골이 원래 자리인 대퇴골의 도랑 모양 홈에서 벗어나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듯 빠지는 질환을 말한다. 소형견은 선천적으로 이 홈이 얕거나 뒷다리 뼈의 정렬이 비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다른 대형견에 비해 발생 빈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는 성장기부터 이미 무릎 관절의 불안정성을 안고 태어나는 셈이다.
특히 포메라니안, 몰티즈, 푸들,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등 인기 있는 소형 품종에서 흔하게 나타나며 대부분 태어날 때부터 뼈의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가 성장하면서 증상이 서서히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유전적 소인이 크게 작용하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생후 몇 개월 이내 이미 걸음걸이에 미세한 이상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슬개골탈구가 늦게 발견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는 데 있다. 무릎뼈가 잠깐 빠졌다가 다리를 흔들거나 쭉 뻗으면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는 강아지의 습관이나 애교 섞인 행동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사이 관절 손상은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

간헐적으로 다리를 드는 걸음걸이가 대표 증상 [그림=메디닉스DB]
슬개골탈구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통상 네 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손으로 밀 때만 잠깐 빠졌다가 저절로 돌아오는 수준이지만, 단계가 진행될수록 탈구된 상태가 오래 유지되거나 뒷다리가 안쪽으로 휘는 변형까지 나타날 수 있다. 단계가 높을수록 통증과 보행 장애도 함께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다. 가장 심한 4단계에서는 다리를 아예 짚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걷다가 갑자기 한쪽 뒷다리를 들고 몇 걸음 뛰는 이른바 깡충거리는 걸음걸이다. 앉았다가 일어날 때 다리를 완전히 펴지 못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소파에서 뛰어내리기를 유독 꺼리는 모습도 함께 관찰될 수 있다. 심한 경우 다리를 아예 땅에 딛지 못한 채 절뚝이기도 한다. 보호자가 무릎을 만지면 통증 때문에 다리를 급히 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슬개골탈구를 방치하면 관절 연골이 지속적으로 마모되면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무릎 주변 인대에 비정상적인 힘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전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이차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 조기 발견과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특히 노령견이 되기 전부터 무릎 상태를 꾸준히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단은 수의사가 무릎 관절을 직접 촉진해 슬개골이 밀렸을 때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정도를 확인하고, 방사선 촬영으로 뒷다리 뼈의 정렬 상태를 함께 살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단계와 증상의 정도에 따라 보존적 관리를 택할지 수술적 교정이 필요한지 방침이 달라진다. 필요하다면 컴퓨터단층촬영 등 추가 검사로 뼈의 회전 정도까지 정밀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무릎 관절 촉진과 방사선 검사로 단계를 진단 [그림=메디닉스DB]
초기 단계에서는 체중 관리와 뒷다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 관절에 부담을 덜 주는 생활 환경 조성만으로도 증상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반면 탈구가 자주 반복되거나 통증과 파행이 뚜렷한 경우에는 대퇴골의 도랑을 깊게 만들거나 인대 위치를 교정하는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수술 후에도 일정 기간 활동을 제한하며 재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소 집에서는 소파나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습관을 줄이고 계단을 이용할 때는 경사로나 발판을 활용하는 것이 무릎 관절에 도움이 된다. 미끄러운 바닥은 미끄럼 방지 매트나 러그로 보완하고, 목줄 대신 하네스를 사용하면 갑작스러운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체중이 늘면 무릎에 실리는 부담도 함께 커지는 만큼 적정 체중 유지도 신경 써야 한다.
반려견이 걷다가 반복적으로 다리를 들거나 깡충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한 습관으로 넘기지 말고 동물병원에서 무릎 관절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체중이 늘었거나 다리를 절뚝이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방치하지 말고 되도록 빠르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평소 걸음걸이를 눈여겨보는 습관만으로도 관절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