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난히 높게 나와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지 않고 체중도 정상 범위인데 저밀도지단백, 즉 엘디엘 콜레스테롤 수치만 눈에 띄게 높다면 단순한 생활습관성 고지혈증보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젊은 나이일수록 이런 가능성을 놓치기 쉬워 더 세심한 확인이 요구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간에서 혈중 콜레스테롤을 흡수하는 수용체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유전질환이다. 부모 중 한쪽에서만 이상 유전자를 물려받아도 발병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형제자매 중 상당수가 같은 유전자를 지닐 가능성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로 평생 유지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흔히 접하는 고지혈증은 나이가 들면서 식습관, 운동 부족, 체중 증가 등 후천적 요인이 겹쳐 서서히 발생한다. 반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나이부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나며, 식이조절이나 운동만으로는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그만큼 원인에 맞는 접근이 필요한 질환이다.
이 질환은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넘어가기 쉽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눈꺼풀 주변에 노란빛 지방 덩어리가 생기거나 아킬레스건이나 손등 힘줄 부위가 두툼해지는 황색종이 나타나기도 하고, 젊은 나이에 각막 가장자리에 흰 테두리가 관찰되는 경우도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신체 변화는 진단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황색종 등 신체 변화도 진단의 단서가 된다 [그림=메디닉스DB]
가족력 확인은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부모나 형제자매 중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겪었거나 급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면 단순한 우연으로 넘기지 말고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 여러 명이 비슷한 병력을 지녔다면 그 의심은 더욱 커진다.
이 질환이 우려되는 이유는 콜레스테롤에 노출되는 기간 자체가 길다는 데 있다. 태어날 때부터 높은 수치가 지속되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과정이 일찍 시작돼, 치료받지 않을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조기 발견과 관리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단은 기본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한 지질 수치 확인에서 시작된다. 특히 소아나 젊은 성인에서 엘디엘 콜레스테롤 수치가 일반적인 기준을 크게 웃도는 경우 전문의는 가족력과 신체 소견을 종합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여부를 판단하며, 필요하다면 유전자 검사를 권할 수도 있다. 검사 결과는 향후 관리 방향을 정하는 데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한 명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확인되면 부모, 형제자매, 자녀 등 직계가족도 함께 지질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이를 통해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다른 가족 구성원에서도 같은 질환이 조기에 발견될 수 있으며, 이는 예방적 관리를 앞당기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연쇄적 검사 방식은 가족 전체의 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가족 전체의 지질 검사가 조기 발견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치료 접근도 일반적인 고지혈증과 차이가 있다. 식이조절과 운동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목표 수치에 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전문의 판단에 따라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사례가 흔하다.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장기간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소아청소년기에 진단되는 경우도 있어 성장기 관리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전문의는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생활습관 교육을 우선하되, 수치가 매우 높거나 가족력이 뚜렷하다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관리를 시작하도록 권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나이에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독 높게 나왔다면 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가족력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부모나 형제 중 이른 나이의 심장질환 병력이 있다면 검진 결과지를 들고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고, 필요하다면 직계가족 전체가 지질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조기 발견과 관리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