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흔히 자궁경부암과 연결해 여성만 주의해야 하는 바이러스로 오해된다. 그러나 HPV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감염될 수 있으며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항문암과 구인두암, 생식기 사마귀 등 여러 질환과 관련된다. 감염돼도 대부분 별다른 증상 없이 사라지지만 고위험 유형이 장기간 남으면 세포 변화를 거쳐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HPV가 여성 약 62만 건, 남성 약 7만 건의 암 발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했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 5월부터 HPV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을 2014년생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했다. 기존 지원 대상인 2008년부터 2014년 출생 여성 청소년과 1999년부터 2007년 출생 저소득층 여성에 더해 남자아이도 무료 접종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여름방학은 학교 일정의 부담이 적어 접종 기록을 확인하고 남은 횟수를 완료하기 좋은 시기다.
백신은 이미 생긴 감염을 없애는 약이 아니라 특정 HPV 유형의 새로운 감염을 막는 예방수단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인 청소년기에 접종할수록 예방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HPV 예방접종을 통해 관련 암과 생식기 사마귀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 접종은 본인의 항문생식기 질환과 구인두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는 데도 의미가 있다.
국가 지원에 사용되는 HPV 4가 백신은 처음 접종하는 나이에 따라 횟수가 달라진다. 15세 생일 전 첫 접종을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며, 15세 이후 시작하면 총 3회 접종이 필요하다. 권장 시기를 놓쳤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니며 접종 기록을 확인한 뒤 남은 횟수를 이어서 맞으면 된다.
접종 후에는 주사 부위 통증과 붓기, 미열,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에게는 접종 직후 긴장이나 통증으로 일시적인 어지러움과 실신이 생길 수 있어 20분에서 30분 정도 의료기관에 머물며 상태를 살피는 것이 좋다. 접종 당일에는 갑자기 일어나거나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평소와 다른 증상이 이어지면 의료진에게 확인해야 한다.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만 있다면 접종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중등도 이상의 급성질환이 있으면 회복 뒤로 미룰 수 있다. 과거 HPV 백신 성분이나 이전 접종에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했다면 예진 단계에서 반드시 알려야 한다. 임신 중에는 일반적으로 접종을 출산 이후로 미루도록 안내된다.
예방접종을 마쳤다고 자궁경부암 검진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백신이 모든 고위험 HPV 유형을 막는 것은 아니므로 여성은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연령과 국가검진 기준에 맞춰 검사를 이어가야 한다. 예방접종은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일차 예방이며, 검진은 이미 발생한 세포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는 이차 예방에 해당한다. 두 방법을 함께 활용해야 자궁경부암 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HPV 감염은 개인의 위생 문제나 특정 성별의 질환으로 볼 수 없다. 증상이 없어도 전파될 수 있고 감염 시점을 알기 어려운 만큼 가장 현실적인 대응은 권장 연령에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다. 보호자는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이나 의료기관을 통해 자녀의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지원 대상 기간을 놓치기 전에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