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누워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고양이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고양이는 체온을 유지하고 편안하게 쉬기 위해 볕이 드는 장소를 선호한다. 그러나 매일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생활이 반복되고 귀 끝이나 코 주변이 붉어지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일광욕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자외선에 의해 피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흰색 털을 가진 고양이나 귀와 코 주변의 색소가 옅고 털이 얇은 고양이는 일광성 피부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햇빛에 직접 노출되기 쉬운 귀 끝과 코, 눈꺼풀 주변이 주로 영향을 받는다.

초기에는 귀 끝 피부가 붉어지고 각질이 생기거나 털이 듬성듬성 빠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상태가 진행되면 딱지가 생기고 피부가 갈라지거나 잘 낫지 않는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려움이나 자극 때문에 고양이가 귀를 긁고 머리를 흔들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반복적인 자외선 손상이 단순한 피부 자극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 햇빛에 노출된 피부에서는 광선각화증과 같은 전암성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는 편평세포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귀 끝에 생긴 딱지와 궤양이 낫지 않고 점차 넓어지거나 출혈을 반복한다면 동물병원에서 피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보호자는 고양이가 햇빛을 즐기는 행동을 무조건 막기보다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햇빛이 가장 강한 한낮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일부 내려 직사광선을 줄이고, 창가와 떨어진 곳에도 따뜻하고 편안한 방석을 마련해 선택지를 주는 것이 좋다. 일광성 피부염 예방에서는 특히 햇빛이 강한 시간대의 노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용 자외선차단제를 고양이에게 임의로 바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고양이는 피부에 바른 제품을 그루밍 과정에서 핥아 먹을 수 있다. 일부 사람용 제품에 포함된 아연 성분과 살리실레이트 계열 성분은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될 수 있어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해 고양이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귀 끝이 붉다고 모두 일광성 피부염은 아니다. 외이염과 귀 진드기, 알레르기, 곰팡이성 피부질환, 자가면역질환도 귀 주변에 각질과 딱지를 만들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피부와 귀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피부 조직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햇빛 노출을 줄이고 피부 상태에 맞는 관리로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깊은 궤양이나 종양성 변화가 확인됐다면 병변 제거와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귀 끝에 생긴 상처가 며칠이 지나도 낫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딱지가 떨어지고 피가 난다면 관찰만 계속해서는 안 된다.

창가에서 햇볕을 쬐는 시간은 실내 고양이에게 따뜻한 휴식과 환경 자극을 제공한다. 다만 색소가 옅은 귀와 코는 자외선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는 피부색과 딱지, 출혈 변화를 꾸준히 살펴야 한다. 안전한 일광욕은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시간대의 노출을 줄이고 이상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