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해도 체중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면 수면시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평소보다 매일 약 80분 덜 잔 성인의 체중과 허리둘레가 6주 만에 증가하고, 앉아 지내는 시간도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부족이 단순한 피로를 넘어 체중 관리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은 평소 하루 7시간 이상 자는 성인 95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참여자들은 6주 동안 평소 수면을 유지하는 기간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90분 늦추는 수면 제한 기간을 각각 경험했다. 실제 수면은 하루 평균 78.4분 줄었으며, 연구진은 손목 활동측정기와 체중·허리둘레·신체 부피 검사 등을 통해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7월 국제학술지 미국내과학회지에 발표됐다.
수면이 줄어든 기간에 참여자의 체중은 평균 0.45㎏, 허리둘레는 약 0.52㎝ 증가했다. 변화 폭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연구 기간이 6주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수개월 이상 반복되면 작은 증가가 누적돼 체중과 대사 건강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구 기간이 짧고 참여자 수가 많지 않아 장기간 같은 속도로 체중이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흥미로운 부분은 잠이 부족해진 사람들이 깨어 있는 시간을 더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면 제한 기간에는 앉거나 누워 지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17분 늘었다. 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서는 좌식시간 증가 폭이 하루 약 30분에 가까웠다. 피곤한 상태가 이어지면 계획한 운동을 미루고 가까운 거리도 걷지 않으며, 퇴근 뒤 소파에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오히려 증가해, 가벼운 만성 수면 부족의 체중 증가는 단순한 식욕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활동량 감소와 인슐린 저항성, 염증 반응 등 여러 변화가 함께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서 같은 연구 참여자 일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수면을 줄인 여성에게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했으며, 폐경 후 여성에서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
체중을 관리할 때는 식사와 운동 기록 옆에 취침과 기상 시각도 함께 적는 것이 좋다. 평일마다 수면이 부족하고 주말에 몰아서 자는 패턴이라면 우선 잠드는 시각을 20∼30분씩 앞당겨 일정한 생활 리듬을 만드는 편이 현실적이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을 줄이고, 늦은 밤 과식과 음주를 피하며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8∼60세 성인에게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을 권고한다. 충분히 자는데도 낮 동안 심하게 졸리거나 아침마다 두통과 입마름이 있고, 자는 동안 심한 코골이와 호흡 중단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수면시간만 늘리기보다 수면장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이어트는 덜 먹고 더 움직이는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잠이 부족하면 다음 날 움직임이 줄고, 대사 기능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체중계 숫자가 정체돼 있다면 운동량을 무리하게 늘리기 전에 매일 확보하고 있는 수면시간부터 점검하는 것이 건강한 체중 관리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