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보관된 치즈는 상온 음식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온에서도 살아남고 증식할 수 있는 리스테리아균은 예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26년 6월 말 부드러운 리코타 형태의 치즈와 관련된 리스테리아 집단감염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제품 6건과 제조환경 시료 2건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됐으며, 환자에게서 확인된 균과 유전적으로 일치했다.
6월 24일 기준 미국 4개 주에서 12명의 환자가 확인됐고 이 가운데 10명이 입원했으며 1명이 사망했다. 환자 수 자체는 많아 보이지 않지만 리스테리아 감염은 진단까지 시간이 걸리고 가벼운 증상으로 검사를 받지 않는 사례도 있어 실제 감염 규모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관련 제품을 먹거나 판매하지 말고 폐기 또는 반품하도록 조치했다.
리스테리아균은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냉장 온도에서도 서서히 증식할 수 있다. 냉장고에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보관하면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치즈, 비살균 우유로 만든 유제품, 훈제연어와 햄 같은 즉석섭취식품은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오염되면 별도의 가열 없이 바로 먹게 돼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한 성인은 감염되더라도 발열과 근육통, 메스꺼움, 설사처럼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임신부와 태아, 신생아, 65세 이상 고령자, 항암치료나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혈액감염과 뇌수막염 같은 침습성 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임신부는 증상이 가볍더라도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산모에게는 감기와 비슷한 발열과 몸살만 나타나면서 태아 감염이나 유산,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군이 회수 대상 식품을 먹은 뒤 발열과 심한 피로, 근육통이 나타난다면 제품명과 섭취 시점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이번 집단감염은 미국 내 특정 업체 제품과 관련된 사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리코타 치즈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소비자는 막연히 치즈 섭취를 중단하기보다 식품안전나라와 수입식품정보마루에서 회수·판매중지 정보를 확인하고, 제품의 제조사와 원산지, 소비기한, 보관조건을 살피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냉장고 관리도 중요하다. 치즈와 햄, 훈제식품을 개봉한 뒤에는 밀폐용기에 넣고 제품에 표시된 기간 안에 섭취해야 한다. 냉장고를 지나치게 가득 채우면 찬 공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아 내부 온도가 높아질 수 있다. 흘러나온 육즙이나 유제품이 선반을 오염시켰다면 다른 식품으로 균이 옮겨가지 않도록 즉시 세척해야 한다.
오염이 의심되는 제품을 발견했을 때 냄새를 맡거나 조금 맛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리스테리아에 오염된 음식도 색과 냄새, 맛이 정상일 수 있다. 제품은 밀봉해 폐기하고 식품이 닿은 냉장고 선반과 용기, 조리도구를 세제로 닦은 뒤 손을 충분히 씻어야 한다.
리스테리아 감염은 음식을 냉장 보관하지 않아 생기는 단순한 여름철 식중독과 다르다. 냉장 상태에서도 위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이 있는 가정에서는 살균 여부와 소비기한, 개봉 후 보관기간을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냉장고는 세균을 완전히 없애는 공간이 아니라 증식 속도를 늦추는 장치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