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모기에 물린 뒤 열과 두통, 몸살이 나타나면 냉방병이나 흔한 감기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열과 목 뻣뻣함, 근력 저하, 의식 혼란이 함께 나타난다면 모기가 옮기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 감염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특히 해외여행 이후 증상이 시작됐다면 방문 지역과 모기 노출 여부를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웨스트나일바이러스 유행은 2004년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6월 말까지 최소 48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 38명이 뇌염과 수막염 등 중증 신경계 질환으로 확인됐다. 이후 7월 14일 집계에서는 환자가 81명으로 늘었다. 해당 수치는 신고 지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잠정 자료다.
웨스트나일바이러스는 감염된 새의 피를 흡혈한 모기가 사람을 물면서 주로 전파된다. 일상적인 대화나 식사, 피부 접촉을 통해 사람 간에 쉽게 퍼지는 감염병은 아니다. 수혈이나 장기이식,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전파된 사례가 드물게 보고됐지만 일반적인 감염 경로는 모기 물림이다.
감염자 약 80%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약 20%에서는 모기에 물린 뒤 보통 2일에서 6일 사이 발열과 두통, 몸살, 관절통, 구토, 설사, 피부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가벼운 증상은 대부분 회복되지만 피로와 무기력감이 수주에서 수개월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감염자의 1% 미만에서는 바이러스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뇌염이나 수막염, 급성 이완성 마비로 진행할 수 있다. 고열과 심한 두통, 목 경직, 떨림, 경련, 방향감각 저하, 갑작스러운 근력 저하가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중증 신경계 질환으로 진행한 환자 가운데 약 10%가 사망할 수 있으며, 회복하더라도 근력 저하나 인지기능 변화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
중증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커진다. 65세 이상은 젊은 연령보다 신경계 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과 당뇨병, 고혈압, 신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장기이식 또는 면역억제 치료로 면역기능이 약해진 사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 예방 백신이나 바이러스를 직접 제거하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증상이 가벼우면 휴식과 수분 보충 등 증상 관리가 중심이 되지만,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면 입원해 호흡과 수분 상태, 합병증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할 수 있다.
예방의 핵심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피부 노출을 줄이는 밝은색 긴 옷을 입고, 허가된 모기 기피제를 제품 사용법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방충망의 찢어진 부분을 보수하고 화분받침과 양동이, 배수구 주변처럼 물이 고일 수 있는 장소를 주기적으로 비워 모기 번식 환경을 줄여야 한다.
웨스트나일열은 국내에서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해외 이동이 활발한 여름에는 여행 관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기가 많은 지역을 다녀온 뒤 고열과 두통이 발생했다면 단순 몸살로 넘기지 말고, 목 경직이나 의식 변화, 팔다리 힘 빠짐이 동반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