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를 먹은 뒤 설사나 구토가 나타나면 흔한 장염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발열과 근육통, 심한 피로가 이어지거나 두통과 목 뻣뻣함까지 동반된다면 리스테리아 감염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리스테리아증은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균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해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건강한 성인에게는 비교적 가볍게 지나갈 수 있지만 임신부와 고령자,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최근 부드러운 치즈와 관련된 리스테리아 집단감염을 조사하고 있다. 6월 24일 기준 미국 4개 주에서 12명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10명이 입원하고 1명이 사망했다. 환자의 연령은 16세부터 81세까지였고 중앙연령은 55세였다. 제품과 제조환경에서 검출된 균을 유전체 분석한 결과 환자 검체의 균과 같은 계통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관련 치즈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를 확대했다.

리스테리아 감염은 장에만 머무는 형태와 혈액이나 신경계 등으로 퍼지는 침습성 감염으로 나뉜다. 장 감염은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24시간 안에 설사와 구토가 나타나며 대체로 1∼3일 안에 호전된다. 반면 침습성 감염은 섭취 후 약 2주 안에 발열과 근육통, 피로, 두통, 목 뻣뻣함, 균형감각 저하, 혼란, 경련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비임신 성인에서 발생한 침습성 리스테리아증은 약 6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중할 수 있다.

임신부는 증상이 가볍거나 거의 없을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단순 몸살처럼 열이 나고 몸이 쑤시는 정도로 지나가더라도 태아에게 감염되면 유산과 사산, 조산, 신생아의 중증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암·당뇨병·간질환·신장질환 환자, 항암치료나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는 사람도 감염 시 입원 가능성이 높다.

예방을 위해서는 살균되지 않은 원유로 만든 치즈를 피하고, 임신부와 고위험군은 신선하고 부드러운 치즈를 먹을 때 원유 살균 여부와 제품 회수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냉장 델리육과 햄, 소시지는 충분히 가열하고, 냉장 훈제 생선과 조리된 샐러드도 장기간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생식품과 바로 먹는 식품은 분리해 보관하고 냉장고 내부와 조리도구를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한다.

회수 대상 식품이나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음식을 먹었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일률적으로 검사나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임신 중이거나 고령자, 면역저하자가 해당 식품을 먹은 뒤 발열과 피로, 근육통이 나타났다면 섭취한 제품과 시기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갑작스러운 의식 변화와 심한 두통, 목 경직, 균형감각 저하가 동반될 경우에는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리스테리아증은 흔한 감염병은 아니지만 고위험군에게는 결과가 무거울 수 있다. 냉장 보관된 식품이라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여기기보다 제품의 살균 여부와 보관기간, 회수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