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 달궈진 건물과 도로의 열기가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에는 평소보다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는 사람이 늘어난다. 단순히 더워서 불편한 수준을 넘어 높은 야간 기온이 체온 조절 과정에 영향을 주면서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을 함께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잠들기 전부터 중심 체온을 서서히 낮추며 수면을 준비한다. 피부의 혈관을 확장해 몸속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체온이 낮아지는 흐름과 함께 졸림이 나타난다. 그러나 침실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열을 충분히 방출하기 어려워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 잠이 든 뒤에도 땀이 나거나 몸을 자주 뒤척이면서 깊은 수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높은 온도 노출은 수면 시간 감소와 수면 효율 저하에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야간 온도가 높을수록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전체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만성질환이 있거나 냉방 환경을 충분히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열대야로 잠을 설친 다음 날에는 피로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판단이 느려지며 두통이나 무기력감이 동반될 수 있다.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일상적인 업무나 운전 중 실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수면의 양과 질은 신체 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모두 중요하므로 여름철에도 일정한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침실은 잠들기 전부터 서늘하게 만들어야 한다. 낮 동안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막고, 실내보다 외부 온도가 낮아진 밤에는 안전한 범위에서 환기해 축적된 열을 내보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도 외부 기온이 실내보다 낮아진 뒤 창문을 열어 집 안을 식히고, 낮에는 햇빛과 더운 공기의 유입을 줄이도록 안내한다.

에어컨은 무조건 낮은 온도로 설정하기보다 잠들기 편하고 땀이 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이상적인 침실 온도는 개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 침구와 잠옷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령자의 경우 야간 실내 온도 20도에서 25도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면 효율이 관찰됐으며, 24도를 넘는 침실 환경이 심박수 증가와 자율신경계 부담에 연관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따라서 특정 숫자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몸이 덥거나 춥지 않은지 확인하면서 냉방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얼굴과 몸에 직접 닿도록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풍향을 벽이나 천장 쪽으로 조절해 실내 공기가 순환하도록 하고, 얇고 통기성이 좋은 잠옷과 침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취침 직전 과식이나 음주, 카페인 섭취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늦은 시간에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은 처음에는 졸음을 유발할 수 있지만 밤중에 잠을 깨게 해 수면의 연속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물은 낮 동안 조금씩 충분히 마시되 잠들기 직전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면 화장실 때문에 수면이 끊길 수 있다. 찬물로 오래 샤워하기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씻어 피부의 열감을 낮추고 몸을 이완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도 취침 전에는 줄여야 한다. 강한 빛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해 열대야로 어려워진 입면을 더욱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 온도를 조절했는데도 잠들기 어려운 상태가 수주간 지속되거나 낮 시간의 졸림과 피로가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면 단순한 열대야만의 문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한 코골이와 숨 멈춤, 반복되는 야간 각성, 불안이나 우울감이 동반될 경우에는 수면장애나 다른 질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대야 속 숙면의 핵심은 방을 지나치게 차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밤사이 체온이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다. 낮 동안 실내에 쌓이는 열을 줄이고, 적절한 냉방과 환기, 가벼운 침구, 일정한 취침 시간을 함께 지키는 것이 여름철 수면 건강을 보호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