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 에어컨을 강하게 가동한 실내에서 손끝과 발끝이 차가워지며 찌릿한 느낌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순히 몸이 차가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증상에는 체온을 지키려는 신체 반응이 관여한다.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면 몸은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기 위해 피부 가까이에 있는 말초혈관을 좁힌다. 이 과정에서 손과 발로 향하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 냉감과 저림, 감각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을 손이나 발에 직접 맞는 상황에서는 피부 온도가 빠르게 내려가 증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 냉방이 잘되는 사무실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습관도 영향을 준다. 팔꿈치를 책상에 오래 대거나 손목을 구부린 채 키보드를 사용하고, 다리를 꼬거나 의자 끝부분에 허벅지가 눌리면 신경과 주변 조직이 압박받아 저림이 심해질 수 있다. 오래 앉아 있거나 신체 일부가 눌리는 행동은 손발 감각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추위에 노출될 때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하얗게 변한 뒤 푸른빛을 띠고, 다시 따뜻해지면서 붉어지거나 욱신거린다면 레이노 현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는 추위나 긴장에 반응해 손발의 작은 혈관이 지나치게 수축하면서 혈액 공급이 줄어드는 상태다. 손끝이 차갑고 무감각해지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동반되며, 냉방이 강한 건물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시작될 수 있다.
증상을 줄이려면 실내외 온도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냉방 강도를 조절하고,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게 방향을 바꾸는 것이 좋다. 얇은 겉옷과 양말로 손목, 발목, 어깨를 보호하고 한 자세로 오래 머물지 않도록 틈틈이 손가락과 발목을 움직여야 한다. 손발이 차가워졌을 때는 뜨거운 물에 갑자기 담그기보다 미지근한 온도로 서서히 데우는 편이 피부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따뜻한 곳으로 옮긴 뒤에도 저림이 사라지지 않거나 밤마다 반복되고, 물건을 자주 놓치거나 걷는 동작이 불안정해진다면 냉방 외의 원인을 살펴야 한다. 손목과 팔꿈치의 신경 압박, 목이나 허리에서 시작된 신경 자극, 말초신경 기능 저하도 비슷한 증상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얼굴 한쪽이 처지면서 한쪽 팔이나 다리에 갑작스러운 힘 빠짐이 생기고 말이 어눌해진다면 단순한 냉방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즉시 응급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