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집중호우가 지나간 뒤에는 물이 빠진 자리에도 건강 위험이 남을 수 있습니다. 침수된 논밭, 하천 주변, 진흙, 고인 물을 정리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중 렙토스피라증은 감염된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흙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이 피부 상처나 점막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발생합니다. 농작업, 수해 복구, 하천 정비, 낚시, 캠핑, 물웅덩이 접촉처럼 젖은 환경에 오래 노출되는 상황에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손이나 발에 작은 상처가 있거나 장화와 장갑 없이 오염된 물에 들어간 경우라면 더 신중하게 증상을 살펴야 합니다.
초기 증상은 감기몸살과 비슷합니다. 갑자기 열이 나고 오한이 들며, 두통과 전신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징적으로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통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눈 흰자위가 충혈되거나 구역감, 구토, 설사, 복통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단순한 몸살로 생각해 쉬기만 하다 보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요.
문제는 일부 환자에서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균이 전신에 영향을 주면 황달, 신장 기능 저하, 출혈 경향, 호흡곤란, 의식 저하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열이 지속되고 소변량이 줄거나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며, 숨이 차고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진단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의료진은 최근 침수 지역에서 작업했는지, 논밭이나 하천물에 노출됐는지, 동물 배설물이나 오염된 흙과 접촉했는지 확인합니다. 혈액검사로 간 기능과 신장 기능, 염증 수치 등을 살피고, 필요하면 렙토스피라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진료를 받을 때는 단순히 열이 난다고 말하기보다 최근 수해 복구나 야외 노출 이력을 꼭 알려야 합니다.
치료는 항생제 치료가 중심입니다.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회복과 중증 진행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신장, 간, 폐 기능 이상이 동반되면 입원 치료와 집중적인 전신 관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해열제만 먹으며 버티거나 몸살약으로 증상을 눌러두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예방은 물과 흙 접촉을 줄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침수 지역을 정리하거나 농작업을 할 때는 방수 장갑과 장화, 긴 옷을 착용하고, 작업 후에는 손과 발을 비누로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피부에 상처가 있다면 오염된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이 작업해야 한다면 상처 부위를 방수 밴드로 보호해야 합니다. 젖은 옷과 장비는 오래 방치하지 말고 세척 후 잘 말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렙토스피라증은 흔한 감기처럼 시작될 수 있지만 노출 이력이 중요한 단서가 되는 질환입니다. 장마 뒤 침수된 물이나 진흙을 접한 뒤 고열, 오한, 심한 근육통이 나타난다면 단순 몸살로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빠른 진료와 노출 이력 전달이 합병증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