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온 뒤 기침과 피로가 오래가면 대부분 감기나 냉방병, 비행 피로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 서남부나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지역을 다녀온 뒤 증상이 쉽게 낫지 않는다면 밸리피버도 고려해야 한다. 밸리피버는 흙 속에 사는 곰팡이 포자를 들이마시면서 생길 수 있는 폐 감염으로,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처럼 보일 수 있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밸리피버를 코시디오이데스라는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폐 감염으로 설명한다. 이 곰팡이는 미국 남서부 일부 지역의 흙과 먼지에서 발견되며, 사람이 오염된 흙먼지 속 포자를 들이마실 때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 더 흔하게 보고되며, 미국 외에도 멕시코와 중남미 일부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

밸리피버가 여행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노출 상황이 일상적인 여행 활동 속에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막 지역을 여행하거나, 흙먼지가 많은 도로를 지나거나, 캠핑과 하이킹을 하거나, 공사장과 농장 주변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먼지를 흡입할 수 있다. CDC는 코시디오이데스가 비가 온 뒤 흙에서 자라고, 이후 덥고 건조한 시기에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에서는 덥고 건조한 기간에 밸리피버 증가가 관찰된 바 있다.

증상은 감기나 독감과 비슷하다. 발열, 기침, 피로감, 숨참, 두통, 근육통, 야간 발한, 흉통, 발진이 나타날 수 있다. CDC 임상 자료에 따르면 증상이 있는 사람은 보통 노출 후 1주에서 3주 사이에 피로, 기침, 호흡곤란, 두통, 야간 발한, 근육통, 발진을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코로나19, 독감, 폐렴, 기관지염과 비슷해 여행 이력을 말하지 않으면 밸리피버가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감염돼도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기침과 피로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이어지고, 폐렴처럼 진행되기도 한다. 면역저하자, 고령자, 임신부, 당뇨병 환자, 장기이식 환자처럼 면역 기능이 약한 사람은 더 심한 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 드물게는 곰팡이가 폐 밖으로 퍼져 피부, 뼈, 관절, 뇌수막 등을 침범할 수 있어 조기 확인이 중요하다.

밸리피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반적으로 전파되지 않는다. 반려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쉽게 옮는 질환도 아니다. CDC는 밸리피버가 코시디오이데스 포자를 들이마셔 생기는 폐 감염이며, 사람 간이나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퍼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주변 사람을 과도하게 걱정하기보다, 본인이 어느 지역에서 어떤 먼지 노출을 겪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단은 증상만으로 어렵다. 기침과 발열이 오래가고 흉부 X선에서 폐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일반 세균성 폐렴과 다르게 항생제만으로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 CDC는 혈액검사를 통해 밸리피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검사 없이 다른 질환으로 오진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미국 서남부나 건조한 흙먼지 지역을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오래간다면 의료진에게 여행 지역과 먼지 노출 이력을 알려야 한다.

예방은 먼지 노출을 줄이는 데서 시작된다. 밸리피버가 흔한 지역에서는 먼지 폭풍이 있을 때 외출을 줄이고, 흙먼지가 많이 날리는 공사장이나 농장, 사막 지형을 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먼지 많은 환경에 있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차량 창문을 닫고, 실내 공기 여과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면역저하자와 고위험군은 여행 전 목적지의 감염병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반려견도 밸리피버에 걸릴 수 있다. 미국 서남부 지역을 여행하거나 거주하는 반려견이 흙을 파거나 먼지를 많이 마시면 감염될 수 있다. 기침, 무기력,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다리 절뚝거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반려동물과 함께 사막 지역이나 건조 지역을 여행한 뒤 이상 증상이 보이면 동물병원에 지역 노출 이력을 알리는 것이 좋다. 다만 감염된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직접 전파하는 질환으로 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여행 후 기침이 오래간다고 모두 밸리피버는 아니다. 그러나 감기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피로감과 야간 발한, 흉통, 숨참이 이어지며, 최근 애리조나·캘리포니아 남부·미국 서남부 사막 지역이나 먼지가 많은 건조 지역을 다녀왔다면 확인할 가치가 있다. 특히 폐렴 진단을 받았는데 항생제 반응이 뚜렷하지 않다면 여행 이력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

밸리피버는 국내 독자에게 낯선 질환이지만, 해외여행이 늘어난 시대에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지 많은 여행지를 다녀온 뒤 생긴 기침과 피로를 단순 감기로만 넘기지 말고, 어디를 다녀왔는지와 어떤 환경에 노출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건강한 여행은 출발 전 감염병 정보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귀국 후에는 증상과 여행 이력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