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한 뒤 체중계 숫자가 줄지 않으면 노력한 만큼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과학적 성명은 체중이 크게 줄지 않더라도 규칙적인 신체활동만으로 혈압과 혈당 조절 능력, 콜레스테롤 수치, 심폐체력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운동의 가치를 체중 감량에만 두기보다 몸속 대사와 심혈관 건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식단을 바꾸지 않고 유산소운동만 하는 경우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하기는 쉽지 않다. 운동만으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량에 도달하는 사람은 15% 미만으로 보고됐으며, 체중이 줄더라도 약 3% 안팎의 변화가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제시됐다. 그렇다고 운동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체중 감소가 적어도 인슐린 민감도가 좋아지고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안정되며 심폐지구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다이어트 과정에서 근육을 지키는 역할도 한다. 섭취 열량만 크게 줄이면 지방과 함께 근육도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근육 손실이 활동량 감소와 낙상 위험, 혈당 조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걷기나 자전거 같은 유산소활동에 스쿼트, 밴드운동, 가벼운 아령처럼 근육에 저항을 주는 운동을 함께하면 체중 관리와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된다.
권장되는 운동량은 성인 기준으로 일주일에 중강도 유산소활동 150분 또는 고강도 활동 75분 이상이다. 여기에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더하는 방식이 권고된다. 다만 처음부터 30분이나 1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출퇴근길에 10분 더 걷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짧게 나눠 움직여도 전체 활동량을 늘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신체활동은 적은 양이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고,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움직임이 건강에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운동 효과를 확인할 때는 체중만 재기보다 허리둘레와 혈압, 공복혈당, 운동 지속시간, 계단을 오를 때 느끼는 숨참 정도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좋다. 체중은 수분 섭취량과 식사, 수면, 배변 상태에 따라 하루에도 달라질 수 있어 짧은 기간의 숫자만으로 변화를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체중이라도 근육량이 늘고 체지방이 감소했다면 건강 상태는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식사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생선처럼 가공이 적은 식품을 늘리고 가당음료, 과도한 소금, 초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방식이 권장된다. 운동으로 소비한 열량을 보상하려고 고열량 음식을 자주 먹으면 체중 변화는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는 특정 음식 하나보다 장기간 유지하는 전체 식사 패턴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무릎이나 허리 통증이 있거나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무리하게 운동 강도를 높이지 말아야 한다. 통증과 어지럼증, 가슴 불편감, 비정상적인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운동을 중단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체중계 숫자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걷고 근육을 사용하는 과정은 몸속에서 분명한 변화를 만든다. 운동의 성공은 몇 킬로그램을 뺐는지가 아니라 더 오래, 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있다.











